(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미국 법원이 친팔레스타인 시위에 참가했다가 구금된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대학원생에 대해 추방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국 루이지애나주 라살 이민법원의 제이미 코만스 판사는 이날 두 시간에 걸친 심리 끝에 마흐무드 칼릴 컬럼비아 대학원생이 미국 외교 정책에 위협이 된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여 추방 대상이라고 판결했다.
코만스 판사는 "정부가 명백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를 통해 추방 가능성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칼릴이 반유대주의 시위를 조장하고 팔레스타인 무장정파인 하마스를 지지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2쪽짜리 메모를 통해 "칼릴과 또 다른 학생이 미국 내 유대인 학생들에게 적대적 환경을 조성했으며 이들의 존재는 반유대주의에 맞서려는 미국의 정책과 유대인 보호 노력을 저해한다"고 밝혔다. 다만 칼릴이 어떠한 법을 위반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칼릴 변호인단은 루비오 장관을 출석시켜 반대 심문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칼릴 판결 직후 "지난번에 이 법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적법 절차와 근본적인 공정성이라고 말했는데 오늘 우리가 목격한 것은 어떤 원칙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이것이 트럼프 행정부가 나를 가족과 1000마일이나 떨어진 이 법원으로 보낸 이유"라고 말했다.
칼릴의 변호인인 마크 반 더 하우트도 성명을 통해 "이것이 끝은 아니다. 우리의 싸움은 계속된다"며 "만약 마흐무드가 단지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표적이 될 수 있다면 트럼프 행정부가 싫어하는 그 어떤 사안에 대해서도 누구든 이런 일을 겪을 수 있다"고 말해 항소할 뜻을 내비쳤다.
칼릴은 지난 2023년 아내와 미국으로 넘어와 럼비아대학 국제공공정책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시작했고, 지난해 11월 영주권을 취득했다. 그는 캠퍼스에서 진행된 친팔레스타인 시위에 참석해 시위자 대표로 선출되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달 9일 아내와 함께 귀가하던 중 연방 요원에게 체포돼 루이지애나 구금시설에 구금됐다.
WP는 이번 판결이 미국에 합법적으로 체류하고 있는 유학생과 교직원을 구금 및 추방 대상으로 삼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루비오 장관은 지난달 친팔레스타인 시위에 참가한 대학생들을 "미치광이"라고 부르며 지금까지 약 300명의 유학생 비자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칼릴 외에도 컬럼비아대학의 한인 학생도 친팔레스타인 시위에 참석해 영주권을 취소당하고 추방 위기에 직면했다.
민주당 의원들과 시민단체들은 이번 판결을 강하게 비판했다.
라시다 틀라이브 민주당 하원의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우리의 헌법상 권리를 끝장내게 내버려둘 수는 없다"며 "표현의 자유에는 이스라엘 정부의 팔레스타인 학살에 항의할 권리가 포함되어 있다. 이 파시즘은 마흐무드 칼릴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 위협이다"라고 말했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도 "이민법원이 칼릴을 단지 정치적 발언만으로 미국에서 추방 대상자로 판단했다"며 "이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연방법원에서 칼릴의 자유와 우리의 수정 헌법 제1조 권리를 위해 계속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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