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한재준 한병찬 박기현 기자 = 24일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향해 야당 의원들이 항의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사회민주당, 진보당 등 야당 의원들은 이날 한 권한대행이 국회에 도착하자마자 '일방적 통상협상 중단, 민생추경 확대'를 촉구하는 항의 시위를 벌였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는 한 권한대행을 향해 "여기는 당신이 올 자리가 아니다"고 소리치기도 했다.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안 기각으로 직무에 복귀한 후 국회를 찾은 건 이날이 처음이다. 그는 야당 의원들의 항의에 굳은 표정으로 본회의장으로 향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국회 시정연설은 1979년 최규하 전 대통령 권한대행 이후 46년 만이다.
본회의장에서도 한 권한대행을 두고 여야가 충돌하면서 소란이 이어졌다. 이날 본회의에는 경남 창녕군 면갑초등학생들이 방청차 참석했는데 우원식 국회의장의 소개가 끝나자마자 야당 의원들의 항의가 재개됐다. 야당 의원들은 '매국 협상 중단'이라고 적힌 팻말도 들었다.
애초 민주당 지도부는 한 권한대행의 시정연설에 침묵으로 대응할 것을 소속 의원에게 권고했지만 한 권한대행이 연단에 오르자마자 고성이 나왔다. "내란대행 사퇴하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이에 반발하면서 장내 소란이 지속됐다.
한 권한대행의 시정연설 도중에도 여야 신경전이 지속했다. 민주당을 제외한 야당 의원들은 반발하며 회의장을 나가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자리에 남아 한 권한대행 시정연설 중간중간 항의를 이어갔다. 한 권한대행이 "코로나19 위기 극복 과정에 정부와 국회가 긴밀히 소통해 협력했던 노력이 있었다"고 언급하자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국회를 무시하는 거냐"고 소리쳤다.
이에 국민의힘 측에서는 "조용히 하라"고 맞받으며 박수로 한 권한대행을 옹호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시정연설이 끝나자 기립 박수를 치기도 했다.
여야 대치가 끝나는 듯했지만 우 의장이 한 권한대행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본회의가 파행했다.

우 의장은 한 권한대행에게 "대정부 질문의 국회 출석 답변과 상설특검 추천 의뢰 등 해야 할 일과 헌법재판관 지명 등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잘 구별하기를 바란다"며 "헌법재판소 판결에서도 이미 확인됐듯 대통령과 권한대행의 권한이 동일하다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는 발상"이라고 면전에서 일침을 가했다.
국민의힘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권성동 원내대표와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 최은숙·박수민 의원은 의장석으로 나와 항의하기도 했다. 권 원내대표는 우 의장에게 삿대질을 하며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반면 민주당은 박수로 우 의장의 발언에 힘을 보탰다.
한편 한 권한대행은 이날 본회의장을 나오며 대선 출마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고생 많으셨다"고만 답하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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