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호제의 먹거리 이야기
전호제의 먹거리 이야기
전호제 셰프는 성균관대 졸업 후 경주호텔학교에서 한식을 전공한 뒤, 세계 3대 요리학교 중 최고의 요리학교로 '요리계의 하버드'라고 불리는 뉴욕 CIA(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에서 서양요리를 공부했다. 뉴욕의 미슐랭 투스타 레스토랑을 거쳐, '닐모리동동', '몽상드애월'을 기획하고 총괄 운영했다. 현재 HMR 전문 브랜드 띵쿡의 '푸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전호제의 먹거리 이야기

'골절기와 좋은 식당'

음식도 이젠 분업으로 넘어간 지 오래됐다. 예전 요리학교에서는 좋은 식당의 조건으로 첫 단계부터 직접 만드는 곳을 찾아보라고 했다. 쉽게 말해, 원재료부터 손질하고 기본부터 배우라는 의미였다. 예를 들면 요즘 식당에선 돼지갈비는 대부분 다듬은 갈비를 다른 업체에서 받아 쓴다. 그러니 이런 곳에선 갈비 손질을 배우긴 힘들 것이다.뉴욕의 최고급식당은 기본적으로 뼈를 자르는 골절기를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 1층에 화려한 홀과 음식이 나가는 주방
음식도 이젠 분업으로 넘어간 지 오래됐다. 예전 요리학교에서는 좋은 식당의 조건으로 첫 단계부터 직접 만드는 곳을 찾아보라고 했다. 쉽게 말해, 원재료부터 손질하고 기본부터 배우라는 의미였다. 예를 들면 요즘 식당에선 돼지갈비는 대부분 다듬은 갈비를 다른 업체에서 받아 쓴다. 그러니 이런 곳에선 갈비 손질을 배우긴 힘들 것이다.뉴욕의 최고급식당은 기본적으로 뼈를 자르는 골절기를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 1층에 화려한 홀과 음식이 나가는 주방

'채소 당근의 날'

이제 먹는 당근보다 기업 '당근'을 많이 찾는다는 것을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느꼈다. 마치 먹는 애플을 검색할 때와 비슷한 존재감의 차이랄까. 클릭 수의 차이를 보니, 앞으로 '채소 당근'이라는 검색어를 사용해야 할 것 같다.당근 거래가 활성화되기 전부터 제주도에서 일했다. 전국 당근의 60%는 제주도에서 난다. 겨울부터 초봄까지 출하한다. 요즘처럼 꽃이 피면 관광객이 하나둘 늘어난다. 이때쯤 당근을 이용한 제철 메뉴를 만들었다. 직접 만든 당
이제 먹는 당근보다 기업 '당근'을 많이 찾는다는 것을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느꼈다. 마치 먹는 애플을 검색할 때와 비슷한 존재감의 차이랄까. 클릭 수의 차이를 보니, 앞으로 '채소 당근'이라는 검색어를 사용해야 할 것 같다.당근 거래가 활성화되기 전부터 제주도에서 일했다. 전국 당근의 60%는 제주도에서 난다. 겨울부터 초봄까지 출하한다. 요즘처럼 꽃이 피면 관광객이 하나둘 늘어난다. 이때쯤 당근을 이용한 제철 메뉴를 만들었다. 직접 만든 당

'고수 향기 중독'

쌀국숫집에서 일하면 손님 개인 취향에 따라 색다른 요청을 받곤 한다. 최근에는 채소를 빼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유를 막론하고 그대로 해드린다. 고기를 빼 달라고 해도 언제나 긍정적인 미소로 응대하려 한다.빼는 요청이 있는가 하면 더하는 경우도 있다. 주로 고기나 면을 추가 주문하지만, 요즘은 고수를 꼭 함께 드시는 손님이 많이 늘었다. 국물에 고수를 넣으면 향이 좋아지고 맛에 신선한 감칠맛을 주기 때문이다.매일 아침 고수를 다듬고 나면 하얀색
쌀국숫집에서 일하면 손님 개인 취향에 따라 색다른 요청을 받곤 한다. 최근에는 채소를 빼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유를 막론하고 그대로 해드린다. 고기를 빼 달라고 해도 언제나 긍정적인 미소로 응대하려 한다.빼는 요청이 있는가 하면 더하는 경우도 있다. 주로 고기나 면을 추가 주문하지만, 요즘은 고수를 꼭 함께 드시는 손님이 많이 늘었다. 국물에 고수를 넣으면 향이 좋아지고 맛에 신선한 감칠맛을 주기 때문이다.매일 아침 고수를 다듬고 나면 하얀색

'생으로, 말려서, 쪄서…톳의 레벨업'

바다가 바로 앞인 제주 동문시장에는 과일과 생선을 구매하는 관광객들이 많이 모여들곤 한다. 하지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도민들이 가는 시장이 펼쳐진다. 이곳에선 제철에 나는 바다 해조류를 볼 수 있다. 겨울부터 초봄까지는 톳을 한 아름 팔기도 하고 사슴뿔 모양의 청각도 눈길을 끈다.제주에서 톳은 예전부터 구황작물 역할을 했다고 한다. 미역만큼 자주 볼 수 있는 해초였다. 직원 식사로 주문하던 반찬가게에서도 톳무침, 톳냉국이 나오곤 했다. 젊은 직원
바다가 바로 앞인 제주 동문시장에는 과일과 생선을 구매하는 관광객들이 많이 모여들곤 한다. 하지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도민들이 가는 시장이 펼쳐진다. 이곳에선 제철에 나는 바다 해조류를 볼 수 있다. 겨울부터 초봄까지는 톳을 한 아름 팔기도 하고 사슴뿔 모양의 청각도 눈길을 끈다.제주에서 톳은 예전부터 구황작물 역할을 했다고 한다. 미역만큼 자주 볼 수 있는 해초였다. 직원 식사로 주문하던 반찬가게에서도 톳무침, 톳냉국이 나오곤 했다. 젊은 직원

'육개장과 영정'

이제 중학생이 되는 딸과 대화를 해보니 귀신에 대해 궁금해했다. 내 어린 시절을 돌이켜 봐도 '전설의 고향' 같은 프로그램을 귀를 막으면서도 즐겨 보곤 했으니, 이해가 갔다. 2년 전에 부친상을 치렀는데 딸이 영정을 든 경험이 있어서 삶과 죽음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예전엔 누군가 돌아가시면 집에서 장례를 치르는 일도 흔했다. 30년도 더 된 얘기지만 당시 친할머니가 돌아가셨고 시골집에서 장례를 치렀다. 마당에는 천막이 펼쳐지고 큰 등불도 달렸다
이제 중학생이 되는 딸과 대화를 해보니 귀신에 대해 궁금해했다. 내 어린 시절을 돌이켜 봐도 '전설의 고향' 같은 프로그램을 귀를 막으면서도 즐겨 보곤 했으니, 이해가 갔다. 2년 전에 부친상을 치렀는데 딸이 영정을 든 경험이 있어서 삶과 죽음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예전엔 누군가 돌아가시면 집에서 장례를 치르는 일도 흔했다. 30년도 더 된 얘기지만 당시 친할머니가 돌아가셨고 시골집에서 장례를 치렀다. 마당에는 천막이 펼쳐지고 큰 등불도 달렸다

'날아라! 콩나물'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땐 동네 가게로 식재료를 사 오는 심부름을 하곤 했다. 당시엔 구멍가게라고 하여 두부, 콩나물, 간단한 야채 등을 구입할 수 있었다. 콩나물 100원어치를 산다고 하면 가게 주인은 검은 천에 덮인 플라스틱 통에서 콩나물 한 주먹을 뽑아 주셨다.지금이야 대규모로 만들어 선별, 세척까지 일사천리로 완료되니 씻을 필요도 없다. 하지만 당시 콩나물은 가게에서 한동안 길러지고 콩나물 머리에는 콩깍지가 그대로 붙어 있었다.콩나물 소비는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땐 동네 가게로 식재료를 사 오는 심부름을 하곤 했다. 당시엔 구멍가게라고 하여 두부, 콩나물, 간단한 야채 등을 구입할 수 있었다. 콩나물 100원어치를 산다고 하면 가게 주인은 검은 천에 덮인 플라스틱 통에서 콩나물 한 주먹을 뽑아 주셨다.지금이야 대규모로 만들어 선별, 세척까지 일사천리로 완료되니 씻을 필요도 없다. 하지만 당시 콩나물은 가게에서 한동안 길러지고 콩나물 머리에는 콩깍지가 그대로 붙어 있었다.콩나물 소비는

'양상추와 저염식'

가끔 주방에서 목이 마를 때 양상추 한두조각을 입에 넣는다. 물 한 잔만큼이나 시원함이 꽤 좋다. 성분을 분석해 보면 96%가 물이라고 하니 고개가 끄덕여진다.대부분의 채소가 물이 주성분이라지만, 특히 양상추가 다른 채소에 비해 항상 아삭함을 유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슷한 샐러드 채소를 비교해 보면 로메인은 95%, 케일은 94%이니 양상추의 수분함량이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이런 특성을 살려 칼로리는 낮추고 수분함량을 높이는 저염식
가끔 주방에서 목이 마를 때 양상추 한두조각을 입에 넣는다. 물 한 잔만큼이나 시원함이 꽤 좋다. 성분을 분석해 보면 96%가 물이라고 하니 고개가 끄덕여진다.대부분의 채소가 물이 주성분이라지만, 특히 양상추가 다른 채소에 비해 항상 아삭함을 유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슷한 샐러드 채소를 비교해 보면 로메인은 95%, 케일은 94%이니 양상추의 수분함량이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이런 특성을 살려 칼로리는 낮추고 수분함량을 높이는 저염식

'시금치의 힘'

한겨울이면 앙상하게 드러난 나뭇가지에서 녹색 잎이 돋아나는 상상을 해보곤 한다. 계곡물도 얼기 시작하고 땅에 스며든 냉기도 점점 강해지는 요즘이다.오히려 이런 겨울에 제철을 만난 야채가 있으니 한결 위안이 된다. 시장에 나가보니 바로 시금치가 한창이다.가장 먼저 생각난 건 시금치 수프였다. 제철 요리를 하던 프랑스 식당에선 겨울 시금치가 나오면 진녹색 수프를 끓였다. 여기에 꼬릿한 파마산 치즈를 곁들이면 눈이 쌓인 거리풍경과 묘한 대조를 준다.
한겨울이면 앙상하게 드러난 나뭇가지에서 녹색 잎이 돋아나는 상상을 해보곤 한다. 계곡물도 얼기 시작하고 땅에 스며든 냉기도 점점 강해지는 요즘이다.오히려 이런 겨울에 제철을 만난 야채가 있으니 한결 위안이 된다. 시장에 나가보니 바로 시금치가 한창이다.가장 먼저 생각난 건 시금치 수프였다. 제철 요리를 하던 프랑스 식당에선 겨울 시금치가 나오면 진녹색 수프를 끓였다. 여기에 꼬릿한 파마산 치즈를 곁들이면 눈이 쌓인 거리풍경과 묘한 대조를 준다.

'제철 딸기의 매력'

7년 전 제주의 카페에서 주스는 재료가 제일 중요했다. 매일 근처 농가에서 새벽에 딸기를 받았다. 신선하고 달아서 재료 자체로 특별히 꾸밀 일도 없이 판매가 잘되었다.바로 씻어서 딸기주스로 즉석에서 갈아서 판매했다. 약간의 생수로 농도만 맞추었다.여행의 목적지로 바닷가 근처 우리 카페를 찾은 손님들은 시원한 딸기주스와 케이크로 당을 보충하고 다음 목적지로 향하곤 했다.그해 1월부터 3월까지 매일 딸기를 받았다. 마지막 딸기를 받던 날에는 평소보
7년 전 제주의 카페에서 주스는 재료가 제일 중요했다. 매일 근처 농가에서 새벽에 딸기를 받았다. 신선하고 달아서 재료 자체로 특별히 꾸밀 일도 없이 판매가 잘되었다.바로 씻어서 딸기주스로 즉석에서 갈아서 판매했다. 약간의 생수로 농도만 맞추었다.여행의 목적지로 바닷가 근처 우리 카페를 찾은 손님들은 시원한 딸기주스와 케이크로 당을 보충하고 다음 목적지로 향하곤 했다.그해 1월부터 3월까지 매일 딸기를 받았다. 마지막 딸기를 받던 날에는 평소보

'그 많던 대구는 어디로 갔을까'

삼면이 바다지만 요즘 들어 시장에 가면 먹을 만한 생선이 줄어들고 있다. 그래도 예전에 명태, 대구, 오징어, 고등어는 계절마다 적당한 가격에 나오곤 했다.어릴 적 다니던 시장의 생선가게에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냉동 대구가 꽤 많았다. 대구를 주문하면 생선 장수는 반 꽁꽁 언 대구를 동그란 나무 도마에서 토막 내고 하얀 비닐에 한 번, 검은 비닐에 한 번 더 싸주곤 했다대구매운탕은 살이 많았다. 커다란 결대로 부서지던 생선살은 먹어도 질리지
삼면이 바다지만 요즘 들어 시장에 가면 먹을 만한 생선이 줄어들고 있다. 그래도 예전에 명태, 대구, 오징어, 고등어는 계절마다 적당한 가격에 나오곤 했다.어릴 적 다니던 시장의 생선가게에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냉동 대구가 꽤 많았다. 대구를 주문하면 생선 장수는 반 꽁꽁 언 대구를 동그란 나무 도마에서 토막 내고 하얀 비닐에 한 번, 검은 비닐에 한 번 더 싸주곤 했다대구매운탕은 살이 많았다. 커다란 결대로 부서지던 생선살은 먹어도 질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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