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여야의 극적 합의로 '더 내고 더 받는' 연금개혁안이 18년 만에 통과됐다. 그동안 지난했던 과정 탓에 정치권에선 대체로 환영한다는 입장이 나왔지만 "젊은 세대에게 부담을 전가한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결국 근본적인 국민연금 재정 문제 해결을 위한 구조개혁의 중요성이 높아졌고 첨예한 대립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전날 본회의를 열고 국민연금법 일부개정안을 재석의원 277명 중 찬성 193명, 반대 40명, 기권 44명으로 최종 가결했다.
개정안은 보험료율(내는 돈)을 현행 9%→13%로, 소득대체율(받는 돈)은 현행 40%→43%로 인상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른바 '더 내고 더 받는' 방식의 모수개혁이다.

이번 개혁으로 연금 적자 전환 시점은 2041년에서 2048년으로, 기금 소진 연도는 2055년에서 2064년으로 늦춰질 전망이다.
다만 이는 연금 고갈 시점만 지연시키는 것일 뿐, 근본적인 연금 재정 문제는 해소된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여야를 막론하고 이번 연금개혁이 '청년세대에 희생을 강요한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실제로 이번에 연금개혁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여야 의원 83명이 무더기로 반대·기권했다. 이중 대부분이 30대와 40대 의원들이었다.
1987년생인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연금법 개정안 통과 전 "이건 개혁에 대한 합의가 아니라 정치 기득권을 장악한 기성세대의 협잡(挾雜)"이라며 "미래세대를 약탈하겠다고 합의한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반대표를 던졌던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현시점의 연금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국민연금 고갈에 대한 청년세대의 불신을 해소하고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재정 안정성과 세대 형평성을 개선하지 못한 이번 개혁안은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30대인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반대토론에서 "오늘의 개혁안은 부모가 자식의 저금통을 털어쓰는 것에 불과하다"며 "폰지사기라 해도 과언이 아닌 폭탄 넘기기는 그만하고 근본적인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년세대의 부담을 줄이고 근본적인 연금 재정 문제 해결을 위해 여야는 구조개혁 논의에 서둘러야 하지만 속도를 내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여야는 자동조정장치 도입과 기초·퇴직·개인연금 등을 논의하는 구조개혁 문제는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를 구성해 연말까지 결론을 내기로 했다.
다만 여야는 국민연금 재정 고갈을 막기 위해 인구·경제 상황에 따라 연금 인상률을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에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여당은 국민연금을 지속 가능하게 유지해 미래세대 부담을 줄이려면 자동조정장치 도입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반면 야당은 자동조정장치가 결국 실질적인 국민 노후 소득 삭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아직은 소극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조기 대선이 가시화하면서 대표적 '스윙보터'(선거 때마다 지지정당이 바뀌는 유권자)인 2030세대를 포섭하기 위해 여야 모두 구조개혁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대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향후 연금특위에서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 보다 근본적인 개혁 논의를 이어나가야 한다"며 "국민의 노후 안정과 미래 세대의 부담 완화를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연금제도 전반의 구조를 개혁하는 작업에 곧바로 착수해야 한다"며 "정치적 이해타산을 배제하고 국민의 미래를 위한 연금개혁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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