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대한민국은 글로벌 통상전쟁이 격화되는 와중에 국가 리더십 공백의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한국은 당장 미국의 25% 상호관세 충격에 맞서 기민한 협상으로 국가적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지만, 정상 외교의 부재로 대외 협상력이 약화돼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실화된 미국발 관세전쟁으로 국내 산업계가 이른바 '퍼펙트 스톰(복합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조기 대선이라는 정치적 혼란까지 겹치면서, 경제 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헌법재판소는 4일 윤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기일에서 재판관 8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탄핵 인용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한국은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로 통상전쟁이 전 세계적으로 격화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카운터파트조차 없이 통상전쟁을 치르게 됐다.
장기화된 내수 침체 속에서 그나마 수출이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지만, 미국의 상호관세 조치로 위태로운 상황에 놓였다.
글로벌 IB 씨티는 미국의 이번 상호관세로 인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0.38% 감소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앞서 발표된 철강·알루미늄·자동차·차 부품에 대한 25% 관세로 GDP가 0.14%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추가된 상호관세로 피해는 전 산업분야로 확대될 것으로 봤다. 미국이 한국에 부과한 25% 상호관세율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20개국 중 캐나다·멕시코와 함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씨티는 이로 인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0%대로 추락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도 비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행 내부에서도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기존 전망치(1.5%)보다 0.1%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산업연구원(KIET)은 트럼프 관세 조치에 대한 4개 시나리오별 분석 보고서에서 대중국 60%, 한국 20%, 멕시코·캐나다 10%의 관세를 최악의 상황으로 보고 대미국 수출이 13.1% 감소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실제 상호관세율이 25%로 예상보다 높게 책정되면서 그 이상의 수출 감소가 우려된다.
우리나라 대미 수출품목 1위인 자동차도 3일부터 25% 관세가 발효되면서 시장 피해가 우려된다. 작년 대미 자동차 수출은 143만 2713대, 수출액은 347억 달러(약 50조 4500억 원)에 달한다. IBK 경제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25% 관세 적용 시 자동차 수출액은 2024년 대비 63억5778만 달러(약 9조 1700억 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트럼프 관세 발표 직후 관계부처 장·차관과 긴급 경제 안보전략 대책반(TF) 회의를 소집해 "글로벌 관세전쟁이 현실로 다가온 엄중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가진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통상교섭본부장을 미국에 급파하는 등 대미 협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 실질적인 돌파구는 마련되지 못한 상태다. 더욱이 조기 대선이라는 정치적 격랑 속 '시한부 권한대행' 체제로는 정상급 외교를 진두지휘하기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총리는 이날 윤 대통령 파면 직후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가 안보와 외교에 공백이 없도록 굳건한 안보 태세를 유지하겠다"면서 "통상전쟁 등 당면한 현안에 대한 대처에 일체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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