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조현동 주미대한민국대사관 대사는 8일(현지시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와 관련, "한미 양국 정상 간의 첫 통화로서 무역 균형, 조선, 에너지 협력을 포함한 안보, 통상 이슈가 포괄적으로 협의가 이뤄졌다"라고 밝혔다.
조 대사는 이날 워싱턴DC 소재 주미한국대사관에서 가진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양측은 한미 동맹 강화 기조를 확인하고 관세 문제 등에 대해서도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내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한미 양국이 계속 동맹의 발전과 번영을 위해 변함없이 노력할 것임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라고 이번 통화의 의미를 전했다.
그러면서 "대미 외교 최전선에 있는 대사로서도 한미 간 정상 수준의 협의가 가능해진 것을 기쁘게 생각하고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이날 통화는 지난 4일 한국 헌법재판소의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인용 결정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후 한국 측의 통화 요청에 미국이 화답하면서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조 대사는 "이달 말 출범 100일을 맞는 트럼프 행정부는 소위 홍수 전략을 통해 매우 빠른 속도로 정책을 쏟아내며 가시적 성과 도출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를 평가했다.
그는 "국제 정세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위트코프 특사를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종전을 위한 대(對)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협상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란과의 협상에도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후티 반군 대상 공습도 지속하고 있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어제 개최된 미국 이스라엘 정상회담에 이어서 다음 달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2기 행정부의 첫 해외 순방으로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조 대사는 "외교 현장에 과도기는 없다"면서 "한미 양국은 정치 변화와 관계없이 긴밀한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외교장관 회의를 계기로 개최된 한미일 3국 외교장관 회의 결과에 따른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한 것을 언급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일 협력에 갖는 기대가 각별하고 동시에 이가 한미 동맹 강화를 위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조 대사는 이번 주 의회 청문회로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을 어제 만났다면서, 이날은 사무엘 파파로 인도·태평양사령관을 접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 대사는 "한 달 전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미국 우선 무역정책의 구체적인 조치가 본격적으로 현실화하는 긴박한 시간이 됐다"면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여러 관세 조치가 동시다발적으로 발표되면서 세계 경제에 대한 충격과 함께 우리 대미 수출에도 파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라고 짚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월 12일부터 수입 철강 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를 발효한 데 이어, 4월 3일부터는 자동차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했다.
지난 5일에는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한 10%의 기본관세를 발표했으며, 9일 0시 1분부터는 57개국에 국가별 상호관세를 부과한다.
특히 중국에는 지난 2월 4일부터 기존 관세에 10%의 추가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3월 4일부터 기존 10%에 10%포인트 더 높여 2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9일부터는 34%의 상호관세에 더해 50%를 더 부과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중국에 대한 관세율은 총 104%에 달하게 된다.

조 대사는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 가능성은 우리가 미국의 여덟 번째로 큰 무역 적자국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예견돼 왔다"면서도 "높은 수치의 국가별 상호관세율은 우리를 포함한많은 관련국에 큰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제 관세 조치가 가시화하고 미국과의 본격적인 협상이 열리게 된 만큼, 관세 조치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미 협상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조 대사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상호관세율 수치보다 높게 표기된 행정명령상의 관세율 시정을 적극 요청했고, 그 결과 이튿날 부속서가 수정돼 홈페이지에 게재됐다"면서 "오늘 정상 차원의 협의에서도 미국의 상호 관세 문제에 있어 조선, LNG 등 양국 간 실질 협력 분야를 포괄적으로 고려해 나가며 양측이 상호 호혜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 오전 한미 정상 통화 이후 백악관도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관세 협상 시 한국, 일본 등 동맹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밝혔다"면서 "오늘 있을 통상교섭본부장의 방미를 비롯해 앞으로 각급 협의 때마다 우리의 입장을 전달하고 상호관세 관련 건설적인 협의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라고 다짐했다.
조 대사는 "2주 전에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래 우리 기업으로는 최초로 현대자동차가 미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루이지애나 신규 제철소 투자를 포함, 향후 4년간 총 210억 불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면서 "투자 발표에 이어서 3월 26일 조지아주 서배너에서 개최된 현대차 메타 플랜트 준공식에 우리 정부를 대표해 참석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현장에서 만난 조지아주 주지사 등 정부와 연방 의회 관계 인사들은 지역 경제를 살리는 데 우리 기업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우리 기업의 투자에 깊은 감사를 표했다"라고 전했다.
조 대사는 "변화와 위기 속에 항상 기회는 숨어 있는 것"이라면서 "최근 5년간 누적 160억 달러에 이르는 대미 '그린필드'(해외자본이 투자 대상국에 공장이나 사업장을 짓는 방식의 투자) 최대 투자국이라는 한국의 분명한 기여와 조선, 반도체, 방산, 첨단 기술 분야 등에서의 우리 산업 경쟁력을 레버리지로 관세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협상 노력을 경주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ryupd0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