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자 더불어민주당이 분노에 휩싸였다.
민주당에서는 이를 두고 "위헌적 행태"라며 "스스로 탄핵을 유도한다"는 비판이 빗발치고 있지만 실제로 민주당이 지명을 저지할 수 있는 뾰족한 수단은 없는 실정이다.
특히 그동안 보류했던 재탄핵 카드 역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과 이에 따른 조기 대선까지 겹치는 상황에서 선택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자칫 탄핵소추가 보수 진영의 '한덕수 차출론'에 기름을 부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권한대행은 전날(8일) 국회 몫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했다.
동시에 곧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도 지명했다.
헌법(111조)에 따르면 헌법재판관 9명 중 국회와 대법원은 각각 3명을 추천할 수 있고, 나머지 3명은 대통령이 지명한다. 임명권자는 모두 대통령이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퇴임하는 헌법재판관 2명의 후임자는 오는 6월 3일 조기 대선 이후에 지명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에게는 대통령 몫 임명권이 없다고 보는 게 중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권한대행이 이들 지명을 강행하자 민주당은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한 권한대행을 향해 "자기가 대통령이 된 것으로 착각한 것 같다"며 "토끼가 호랑이 굴에 들어간다고 호랑이가 되는 건 아니다"고 꼬집었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이번 지명을 내란 잔존 세력에 의한 헌재 장악 시도로 규정한다"며 "위헌적 권한 남용이기에 지명 자체가 무효다"고 비판했다.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헌법 유린, 만행"이라며 "한 권한대행이 스스로 탄핵을 유도하는 것 같다"고 말하며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다만 민주당이 실질적으로 한 권한대행의 지명권 행사를 제어할 마땅한 수단은 없다.
민주당은 이날 한 권한대행의 지명권 행사에 대해 권한쟁의 심판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지명권을 행사한 만큼 '국회'가 권한을 침해당한 당사자가 맞냐는 데는 논란이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해도 당사자 적격성이 없어 각하될 여지가 높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법학대학원 교수는 "권한쟁의 심판은 권한 침해가 있어야 하는데 한 권한대행은 대통령 몫을 지명한 것"이라며 국회 측 권한이 침해됐다고 보기엔 모호하다고 설명했다.
효력정지 가처분의 경우에도 "지명만으로도 가처분 신청을 낼 수는 있다"면서도 결과를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부연했다.
우원식 국회의장 역시 한 권한대행의 지명권 행사를 두고 "인사청문회 요청을 접수하지 않겠다"며 대응을 예고했지만 이를 통해 실제 임명을 저지하기는 쉽지 않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국회는 인사청문 요청안을 접수하면 20일 이내에 심사를 마쳐야 한다. 하지만 국회가 기간 내에 인사청문을 진행하지 않은 경우 10일 이내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송부해 달라고 요청한 뒤 이를 송부하지 않으면 임명할 수 있다.
결국 청문요청안을 국회에 보내고 21일이 지나면 임명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에 민주당이 한 권한대행을 다시 탄핵소추해 직무정지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민주당은 조기 대선을 앞두고 다시 탄핵 정국에 휘말리는 데는 부담스러워하며 신중한 분위기다.
게다가 국민의힘 내부에서 '한덕수 차출론'이 커져가는 와중이라 자칫 한 대행의 대선 출마 명분을 만들어 줄 수도 있다.
박 원내대표는 "(윤석열) 탄핵이라는 큰 아픔을 겪고 난 이후에 며칠 지나지도 않았다"며 "법률적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정도로 말하겠다"며 탄핵 재추진에는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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