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1) 전민 기자 = 국민연금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3%' 모수개혁안이 20일 여야의 극적 합의로 성사됐으나, 연금개혁의 또 다른 쟁점이던 '자동조정장치'는 첨예한 대립 끝에 무산돼 향후 추가 개혁 논의 과정에서 도입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동조정장치'는 국민연금 가입자 수나 기대여명 증감에 따라 재정 고갈을 막기 위해 물가 상승을 반영해 연금 인상률을 조절하는 장치를 뜻한다. 세부적인 작동 조건은 국가마다 차이가 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24개국에서 이를 도입해 운용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매해 소비자물가 상승률만큼 급여액을 재평가해 연금의 실질 가치를 보전해 주고 있다. 예를 들어 기존에 받던 연금이 월 100만 원이고 물가 상승률이 2%라면 이듬해 연금은 2만 원(2%)이 더해져 102만 원이 된다.
하지만 자동조정장치가 발동하면 상승 폭이 이보다 줄어들 수 있다. 만약 해당 연도에 가입자 감소율이 0.5%, 기대수명 증가율이 0.5%라면, 물가 상승률에서 두 값을 뺀 1%(2-0.5-0.5)만큼만 연금이 인상돼 수급액은 101만 원으로 1만원 줄게 된다.
자동조정장치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는 정부와 여당, 재정안정론자들은 연금 소진 시기를 대폭 늦출 수 있다는 점을 핵심 논리로 내세우고 있다. 기대여명과 가입자 증감에 따라 매해 물가 상승에 따른 연금 인상 수준을 차등 적용함으로써 연금 재정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야당과 소득보장론자들은 자동조정장치가 결국 실질적인 국민 노후 소득을 깎는 결과를 낳는다는 점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연금개혁안에 담긴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2036년(국민연금 급여 지출이 보험료 수입보다 많아지는 해)에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할 경우(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2%, 기금수익률 5.5% 가정) 기금 소진 시점을 2088년까지 늦출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자동조정장치가 도입 안 되는 경우(2072년 기금 소진)보다 기금 소진 시점이 16년 늘어나는 것이다.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모수개혁안에 따른 기금 소진 시점(2056년)보다도 소진 시점이 대폭 연장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와 함께 연금 급여액도 줄어들게 된다. 정부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2%를 가정하고 40년 동안 보험료를 내고 25년 동안 연금을 받으면 출생 연도에 따라 11~15%가량 급여액이 줄어든다.
다만 민주당은 정부가 가정한 '40년 가입-25년 수급' 조건이 현실성이 떨어지며, 기대여명과 30년 가입자의 평균소득대체율 등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를 반영하면 전 연령의 삭감 수준이 21% 내외로 더 높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향후 자동조정장치 도입 논의는 연금특위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이날 여야는 연금개혁 관련 합의문에 "연금 재정의 안정과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재정안정화조치 및 국민·기초·퇴직·개인연금 등의 개혁방안을 논의한다"는 문구를 담았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민의 노후소득 보장과 연금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도 자동조정장치 도입과 구조개혁도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며 "새롭게 구성되는 국회 연금특위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구조개혁 과제 등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 연금개혁을 완결하기를 희망한다"며 재차 자동조정장치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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