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서울대학교 치과병원 교수 =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다.
이는 성격이나 행동을 넘어선, 건강관리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격언이다. 실제 어릴 때부터 형성된 생활 습관은 고령자의 건강 상태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그만큼 건강한 노후를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올바른 습관을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고령자의 건강을 유지하는 핵심 요소는 △균형 잡힌 제때 먹는 식습관 △꾸준한 운동 △올바른 구강 관리 △정신건강 스스로 챙기기 등이 있다.
이중 식습관은 고령자 건강, 더 나아가 건강수명 연장의 핵심이다. 가공식품 섭취가 많고 불균형한 식단을 지속한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 대사질환과 만성질환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반면 신선한 채소와 단백질을 적절히 섭취한 사람들은 건강한 노후를 보낼 확률이 높다. 젊은 시절부터 꾸준한 운동을 해온 사람들은 골다공증과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낮아 노년에도 활기찬 생활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구강건강은 전신건강과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다. 어려서부터 올바른 양치 습관과 최소 1년에 한 번 정기적인 치과 검진과 스케일링을 받는 것은 간단해 보이지만 근거가 확실한 건강 생활 습관이다.
8020 캠페인은 일본 정부와 일본치과의사회가 1989년부터 추진한 구강건강 증진 정책으로, 80세까지 자연 치아 20개를 유지하자는 목표를 가진다.
이 정책은 치아가 20개 이상 있어야 씹는 기능이 유지되고, 영양 섭취와 전신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수십 년 동안 축적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실제 자연치가 20개 미만이면 씹는 능력이 떨어져 소화 장애, 영양 불균형, 심혈관 질환 및 치매 위험 증가와 같은 다양한 건강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근거로 8020 캠페인은 정기적인 치과 검진, 일상의 구강 관리, 치주질환 예방을 핵심 전략으로 삼았다. 일본인들의 구강건강 리터러시(oral health literacy) 증진과 함께, 정부 차원의 예방 치의학 지원 정책이 결합하자 그 효과는 놀라웠다. 실제 1989년 캠페인 초기 80세 이상에서 자연 치아 20개 이상을 보유한 비율이 7%에 불과했지만, 2016년엔 51.2%로 급증했다.
8020 캠페인은 근거 중심 보건 정책(evidence-based health policy)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며, 올바른 구강건강관리가 전신건강 증진과 직결된다는 점을 강조한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건강한 노후를 위한 장기적인 예방적 접근이 의료비 절감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도 잘 보여준다.
현재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구강건강 수준은 심각한 실정이다. 2023년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아동 구강건강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만 5세 어린이의 젖니 충치 경험률은 66.4%, 만 12세 어린이의 영구치 충치 경험률은 58.4%에 달한다.
어린이 10명 중 5~6명은 유치나 영구치에서 충치가 발생한다는 뜻이다. 이는 의료환경이 열악한 남태평양 피지(46.7%)나 통가(46.9%)보다도 높은 수치다.
구강보건교육과 치의료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국가보다 한국 어린이의 충치 발생률이 더 높다는 점은 매우 충격적이다.
원인은 한국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올바른 구강건강 지식교육과 구강 관리 습관, 정기적인 치과검진을 통한 예방관리가 크게 미흡하기 때문이다.

치과질환의 대부분인 충치와 잇몸병은 대표적인 예방이 가능한 질병이다. 충치는 치아에 국한된 질병이 아니라 어린이의 성장과 발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어릴 때부터 일상에서의 철저한 예방관리가 중요하다.
소아치과 환자들은 충치가 심하거나 치과치료에 대한 협조가 불가능해 종종 진정법이나 전신마취가 필요하다. 또한 무리하게 행동 조절 없이 치과 치료를 강행하면 때때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나 평생 치과 가기를 꺼리는 치과 공포증 등의 합병증이 생길 수도 있다.
올바른 양치질 습관, 정기적인 치과 검진, 불소 사용, 건강한 식습관을 통해 어린이들의 구강건강을 개선해야 한다.
건강한 치아는 평생을 함께하는 자산이다. 어릴 때부터 올바른 구강 건강 관리 습관을 들이고, 꾸준한 관리와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보다 건강한 노후를 준비할 수 있다.
건강한 노후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쌓아온 생활 습관의 결과다. 젊을 때부터 건강한 생활 습관을 올바르게 형성하는 것이 노년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지금부터라도 건강한 식습관, 꾸준한 운동, 올바른 구강 관리, 정신건강을 위한 생각의 습관까지 챙긴다면, '세 살 건강한 버릇 100세 건강 보장'을 실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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