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현지 매체 VN익스프레스는 지난해 4월 '한국 국적 귀화를 위한 결혼 차용'이라는 제목의 방송을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방송에 출연한 20세 여성 투찐은 한국인 남편을 찾기 위해 3000만 동(약 163만 원)을 중매업체에 썼다고 밝혔다. 그는 결혼 목적에 대해 "시민권을 취득하고 한국에 정착해 일할 수 있게 되는 3년 후 이혼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말해 한국인들에게 충격을 줬다.
(세종=뉴스1) 이철 기자 = 지난해 한국 남성과 베트남 여성의 이혼 증가율이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 남성과의 결혼으로 국적을 취득하고, 이혼 후 베트남 남성과 재혼하는 사례도 많은 것으로 추정돼, '국적 취득용 위장 결혼' 증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한국 남성과 외국인 여성의 이혼건수는 4218건으로 전년(4175건) 대비 1.8% 증가했다.
그중 한국 남성과 베트남 여성의 이혼 건수는 1215건으로 전년(1122건)보다 8.3% 크게 늘었다.
증가율 8.3%는 2011년(24.4%)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다.
한국 남성의 베트남 여성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가운데, 이들이 결혼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한 후 이혼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인이 한국인 배우자와 혼인한 상태로 한국에 2년 이상 주소가 있거나, 혼인한 후 3년이 지나고 한국에 1년 이상 주소가 있으면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
실제 베트남은 최근 10년간 한국 남성이 가장 많이 결혼하는 외국 여성의 국가다. 지난 2015년부터 중국을 제치고 매년 국제결혼 1위를 기록했다.
이같은 추세는 최근 더 도드라졌다. 지난해 베트남 여성과의 혼인건수는 5017건으로 전년 대비 1.9% 증가했다. 전체 외국인 여성과의 혼인건수(1만 5624건)의 32.1%에 달한다.

베트남 여성이 한국 국적을 취득한 후, 다시 베트남 남성과 결혼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한국인 아내와 베트남 남성의 혼인건수는 총 771건으로 전년 대비 2.1% 감소했다. 혼인건수가 소폭 줄어들긴 했지만, 중국(905건)에 이은 2위다.
혼인 종류별로 보면, 재혼이 728건으로 전체의 94.4%를 차지했다. 반면 초혼은 43건에 불과하다. 다만 재혼건수 자체는 전년 대비 3.2% 줄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지난해 재혼건수가 주춤했지만, 2022년(전년 대비 32.4% 증가), 2023년(35.3% 증가) 증가분이 커서 기저효과가 있었다"며 "한국 여성과 베트남 남성의 재혼건수는 꾸준한 상승세"라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인으로 귀화한 베트남 여성이 (베트남 남성과 재혼하는 경우가) 좀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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