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뉴스1) 박영래 이수민 기자 = "주차장을 만들기 위해 성토작업만 하려 해도 '동의'를 해주지 않는 게 군사시설보호구역 내 개발행위입니다."
최근 광주 서구 금호동 '탄약고 제한보호구역' 내에 주차장을 조성하기 위해 서구청에 개발행위 허가를 신청했던 A씨의 하소연이다.
개발행위 신청을 접수한 서구는 곧바로 관련 법에 따라 해당 군사시설보호구역 관할 군부대인 공군 제1전투비행단장에게 협의를 요청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사실상 '부동의'였다.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은 보호구역 내에 건물을 짓고 시설물을 설치하기 위해선 반드시 관할 군부대장의 협의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군부대 협의 과정에서 소규모 주차장 건설도 '동의'를 얻어내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토지 소유주들의 불만이다.
1975년 금호동·마륵동 일원 37만㎡ 부지에 공군탄약고가 들어섰고, 인근 212만㎡ 부지가 '탄약고 제한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토지 소유주들의 재산권 행사는 사실상 50년 동안 묶여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개인들의 개발행위는 엄격히 제한된 반면 광주시가 2015년 광주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위해 건설한 'U대회도로'나 인근에 민간공원 특례사업으로 건설중인 한 아파트 단지의 진입도로 등은 사실상 불법적인 상황에서 유지되고 있지만 관할 군부대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특히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구역 등 관리 훈령'의 경우 탄력적인 법 적용을 권장하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전혀 인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훈령 제11조(보호구역에서의 협의)는 '토지의 개간 또는 지형의 변경이 관측·사계·기동·장애물 운용 등 군사작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동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군사작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주차장 건설 등 소규모 개발행위는 제한적으로 동의해줘야 한다는 지침을 해석할 수 있다.
A씨는 5일 "법에서도 그 지역의 특성상 유연성을 적용하도록 부대장의 권한으로 부여했지만 아직까지도 군부대의 태도는 완고하다"고 지적했다.
50년 동안 보호구역 내 토지 등에 대한 재산권 행사가 제약을 받고 각종 개발행위 역시 제한되면서 공군탄약고 인근 주민들은 '군보축소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제한구역 해제와 축소를 요구하고 있다.
이병관 금호동 군보축소추진위원회 위원장은 "1차로 U대회도로와 마륵공원 사이 177개 필지에 대해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를 요청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며 "마륵동 탄약고 군사시설보호구역의 조속한 해제나 축소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50년 전 탄약고가 들어설 당시엔 도시의 가장 외곽에 위치했지만 광주의 행정중심지역인 상무지구가 도로 건너편에 들어서고 대규모 주거단지인 금호지구가 건설되면서 탄약고는 도심 한가운데 자리하는 상황이 됐다.
2005년 국방부 특별회계 방식으로 탄약고 이전사업이 결정됐지만 광주 군공항 이전과 연계해야 한다는 이유로 이전사업은 전면 중단된 상태다. 당시 투입된 예산만 토지 보상비 2000억 원, 탄약고 건설비 500억 원 등 2500억 원이다.
마륵동(광주 서구을)을 지역구로 둔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광주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필요한 예산 80%가 집행돼 지반 공사까지 끝났는데도 공사가 중단됐다"며 "군공항 이전지가 지정돼도 10년은 더 소요될 것이니 나머지 공사를 재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yr200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