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다른 답을 찾을 거야. 그들과는 다른, 그들보다 나은 존재가 되기 위해."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우주 탐사견 라이카는 '불편한 진실'을 알게 된 후 왕자가 설계한 지구 종말 프로젝트에 동참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거사' 당일, 프로젝트를 멈춰 세운다. 지구를 멸망시키는 방법만이 정답이 아니란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개막한 뮤지컬 '라이카'는 1950년대 미·소 냉전 시대, 소련의 스푸트니크 2호를 타고 파견된 지구 최초 우주 탐사견 라이카의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다. 라이카는 사실 1957년 11월 3일, 발사 5~7시간 만에 고열과 공포, 스트레스에 휩싸인 채 쇼크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라이카는 우주의 작은 행성인 B612에 불시착한다. 그곳에서 어른이 된 '어린 왕자', 장미, 바오밥 등을 만나며 감정의 소용돌이를 경험한다.
라이카와 왕자 사이에 발생하는 긴장감은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라이카에게 인간은 곧 캐롤라인과 다름없는 존재. 우주 탐사견들의 보조 관리인이었던 캐롤라인은 라이카에게 "처음으로 질문을 건넨 사람"이자 라이카와 "처음으로 눈을 마주친 사람"이다. 그랬기에 라이카는 그녀를 "나의 사랑, 나의 세상"이라고 말한다. 이 작은 개에겐 인간을 미워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반면 왕자는 드러내놓고 인간을 증오한다. "인간은 하찮은 욕망으로 지구를 지옥으로 만든다"며 "누구도 더는 다치지 않도록 인간은 사라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가 지구를 폭파하려는 계획을 세운 이유다.
스푸트니크 2호를 둘러싼 진실이 하나둘 드러나면서, 인간을 향한 라이카의 생각과 마음엔 거대한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장고 끝에 라이카는 선택한다. 인간의 목적 달성을 위한 도구로 버림받았지만, 앞으로는 자기처럼 버려진 생명체를 돌보는 존재가 되겠다고.
지난 22일 무대에 오른 박진주 김성식 진태화 한보라, 이 4명의 배우는 연기와 노래 모두 흠잡을 데 없었다. 특히 라이카 역을 맡은 박진주는 '믿고 보는 배우'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한보라도 크게 박수받을 만하다. 캐롤라인과 인공지능 로봇 '로케보트' 역할까지 1인 2역의 연기를 펼치는데, 이 작품의 웃음 및 눈물 버튼 역할을 제대로 해낸다.
다만 왕자의 서사는 다소 빈약해 아쉬움을 남긴다. 관람평에서도 "왕자가 '흑화'된 이유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아 납득이 되지 않는다"와 같은 글이 여러 개 눈에 띈다. 인간을 향한 왕자의 분노에 설득력이 필요해 보인다는 얘기다.
극작가 한정석, 작곡가 이선영, 연출가 박소영. 뮤지컬계 '막강 트리오'가 의기투합해 만든 '라이카'는 오는 5월 18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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