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인용함에 따라 여권 잠룡들도 고심에 빠졌다.
윤 대통령의 파면에도 강성 보수층에게 여전히 영향력이 큰 윤 대통령의 마음이 누구에게 향하느냐에 따라 여권 대선 구도가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전날(4일)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 대한 선고기일을 열고 윤 대통령 탄핵을 인용했다.
이에따라 정치권은 즉각 차기 대통령 선출을 위한 조기 대선 레이스에 돌입했다. 헌법 제68조2항에 따르면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 후임자를 뽑아야 한다. 오는 6월 3일까지가 시한이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인용되자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했다. 조기 대선이 당 내에선 금기어처럼 여겨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대비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이란 폭풍이 막상 닥쳐오니 고심에 찬 분위기다.
무엇보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후 그동안의 '보수 결집' 모드에서 '중도 확장'으로 180도 스탠스(자세)를 변경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여권 대선 주자들도 윤 대통령의 파면 이후 당 안팎의 기류를 포착하고 대선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과의 관계설정이 중요해졌다.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전날 의원총회가 끝난 뒤 관계 설정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전반적인 사안에 대해서 숙고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시간을 가졌을 뿐 특별히 논의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대통령 탄핵에 반대 입장을 줄곧 밝혀왔던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홍준표 대구시장은 여전한 정치적 존재감을 과시하는 윤 대통령과의 정치적 연대를 강조하며 당내 주도권 강화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에서는 이들이 탄핵 결정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윤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앞서 김 장관은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 결정이 나오자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홍 시장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두고 "기각되면 혼란, 인용되면 전쟁인데 전쟁보다는 혼란이 낫지 않느냐"고 기각 결정을 촉구했다.
반면, 불법 계엄을 반대하고 윤 대통령과 거리를 두던 중도파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보다 신중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전 대표는 파면 직후 SNS에 "사랑하는 지지자들과 당원 동지들께서 느끼실 오늘의 고통, 실망, 불안을 함께 나누겠다"며 "서로를 비난 말고 모두 함께 갑시다. 우리 함께 대한민국을 지키고, 더 좋은 대한민국 만듭시다"라고 윤 대통령에 대한 언급을 아꼈다.
이들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하는 모습을 대외적으로 보이면서도, 향후 조기 대선 정국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상황에 대처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특히, 탄핵 정국에서 거리를 뒀던 오 시장과 한 전 대표의 경우 강성 보수층이 주류인 당심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이 관건이다.
원내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조기 대선이 열릴 경우 사활을 걸고 중도층의 표를 끌어와야 하는 상황"이라며 "윤 대통령과 당, 대선주자의 역학관계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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