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서상혁 박기현 기자 = "대한민국의 명운이 걸린 갈림길 위에서 무거운 책임감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5선 중진'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제21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나 의원은 이날 오후 눈길을 끄는 초록색 재킷을 차려입은 모습으로 국회 본관 계단에 마련된 단상 위에 섰다.
국민의힘의 당색(黨色)은 빨간색이지만 초록색은 나 의원의 럭키 컬러(lucky color·행운의 색)다. 나 의원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를 지낼 당시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표현으로 큰 관심을 받았는데 그때도 초록색 재킷을 입은 바 있다. 지난해 6월 국민의힘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했을 때도 나 의원은 초록 재킷을 챙겼다.
나 의원 측은 뉴스1에 "어떤 이벤트가 만들어질 때마다 초록 컬러를 입은 때가 잦았다"며 "중요한 행보를 할 때마다 챙기는 상징적 컬러가 돼 오늘도 초록 재킷을 입은 것"이라고 전했다.
나 의원은 "이번 대통령 선거의 본질은 체제 전쟁"이라며 "제2의 6·25 전쟁, 건국 전쟁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부터 이재명 민주당은 조기 대선을 획책하며 무려 178회의 탄핵 집회를 열고 30번의 줄탄핵 시도를 했다"며 "이 위태로운 체제 전쟁 위기 속에서 감히 묻는다. 누가 이 거대한 악의 세력과 맞서 싸워 대한민국을 지켜낼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어 "이런 체제 전쟁 속에서 우리가 재집권하더라도 여전히 소수 여당으로서 무도한 거대 야당을 상대해야 한다"며 "의회를 알지 못하고 정치를 모르는 사람은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 경험이 가장 많고 여야와 공수를 모두 경험한 준비된 실력, 무엇보다 이재명을 이겨본 유일한 필승 후보, 이 모든 것을 갖춘 사람이 저 나경원이라고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나 의원은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를 전하며 "더 이상 대한민국이 절망의 서사에 갇히지 않도록 우리 아이들, 다음 세대에는 기회가 넘치는 희망의 대한민국을 물려주기 위해 '국민 퍼스트, 국익 퍼스트'를 반드시 실현하겠다"고도 말했다.
나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이 난 직후인 지난 5일 윤 전 대통령 초청으로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윤 전 대통령과 1시간 가량 면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윤심(尹心) 후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다만 나 의원은 이번 출마 결심에 윤 전 대통령의 언질과 같은 것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는 "대통령과의 대화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도 "대통령의 말씀으로 출마를 결심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그는 다른 후보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애국심으로 함께한다면 본선 승리를 위해 충분히 대화하고 여러 가지 다른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나 의원은 개헌에 관한 의지도 피력했다. 그는 "대통령 4년 중임제와 더불어 책임총리제를 도입하겠다"며 "사기 탄핵 방지법을 통해 제왕적 의회의 폭주를 견제할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등과 지지층이 겹칠 수 있다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탄핵 찬성과 반대로 나누는 측면에서는 지지층이 겹칠 수 있지만 미래에 할 수 있는 일에 차이가 있다"며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이 맞지 않겠나"라고 했다.
hyu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