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허남영 스포츠부 부국장 =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6월3일 치러진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되지 않았더라면 2027년 3월 실시했어야 할 대통령 선거를 1년9개월이나 앞당겨 치르게 됐다.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우리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탄핵으로 그 직을 잃는 불행의 역사를 두 번째 목도하고 있다.
지난 4개월간 우리 사회의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던 탄핵정국이 마침표를 찍었다. 헌법재판소 8명의 재판관이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현명한 판결을 해주었다. 더욱이 그 결정이 재판관 만장일치 판결이어서 자칫 분란과 폭동으로 이어질 뻔한 우려도 비껴갈 수 있었다.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추상같은 헌재의 판결로 많은 국민들이 12·3 계엄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순진한 생각이었다. 탄핵이 남긴 상처가 너무 컸던 탓이다. 국회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헌재에 접수한 날로부터 선고가 나오기까지 111일이 걸렸다. 그 사이 광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나라는 탄핵을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으로 쪼개져 서로 악다구니를 하며 으르렁거렸다. 집단적 광기, 집단적 폭력 앞에 대화나 토론, 설득이 들어설 공간은 애당초 없었다. 법치가 위협받았고 민주주의가 부정당했다.
무엇보다 정치의 양극화와 팬덤화는 더 심화했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과 정치인에 반대하는 쪽은 적일 뿐이다. 이기심에서 발로한 집단적 광기는 그 어떠한 논리로도 설득되지 않는다는 말이 이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리라. 우리 편 결집을 위한 선전 선동도 난무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령 선포의 근거 중 하나로 제시한 부정선거와 그 배후에 중국이 있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 간 갈등이 격화될수록 근거가 빈약한 이 주장은 확대 재생산되며 사실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거짓 정보라도 반복되면 결국 진실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이른바 ‘진실 착각 효과’(illusory truth effect)다.
헌재 8인의 현자가 내린 윤석열 탄핵사건에 대한 판결이 지난 4개월간의 분열과 갈등, 극단의 혐오를 봉합했다고는 볼 수 없다. 다만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을 뿐이다. 탄핵 정국과 같은 여건이 만들어진다면 언제든 불시에 폭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6월3일 대통령 선거가 중요하다. 우리가 뽑아야 할 대통령이 가장 우선적으로 갖추어야 할 덕목은 포용과 소통의 능력이다. 여기에 특정 진영의 유불리가 끼어들 틈을 주어서는 안 된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자 제44대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는 당선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국은 붉은 주(공화당 우세 주)나 푸른 주(민주당 우세 주)의 집합도 아니고 단순한 개인들의 집합체도 아니라는 메시지를 세계에 보냈습니다. 지금은 물론 앞으로 언제까지라도 늘 우리는 미합중국일 것입니다.” 그렇다. 탄핵 찬성파든 탄핵 반대파든 그냥 같은 대한민국 국민일 뿐이다. 이런 비전을 심어줄 지도자가 필요하다.
최선이 아니라 차선을 선택하는 게 선거라는 말이 있다. 부정하지는 않지만, 이 말은 해 주고 싶다. 잘 보면 보인다. 우리 유권자들은 똑똑하고 사리 분별이 있다. 지역색, 정파주의, 정치 팬덤에 휘둘리지 않는다면 ‘선거혁명’을 이뤄낼 수 있다. 세 번째 탄핵 대통령을 만드는 흑암의 역사가 되풀이되어서는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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