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나라와 국민을 위한 새로운 길을 찾겠다"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일주일만인 11일 오후 5시 7분쯤 한남동 관저에서 나온 윤석열 전 대통령의 메시지다. 윤 전 대통령이 앞으로 정치적 행보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전 대통령이 변호인단을 통해 발표한 370자 분량의 메시지에는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에 승복한다는 직접적인 언급 없이 지난 4개월간 탄핵 반대 시위를 이어온 지지자들에 대한 감사의 메시지로 채워졌다.
윤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에게 "추운 날씨까지 녹였던 그 뜨거운 열의를 지금도 가슴 깊이 새기고 있다"며 "이제 저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나라와 국민을 위한 새로운 길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은 앞서 관저에서 참모진을 만나 "우리가 취임 이후 국가 발전을 위해 또 자유 민주주의 시장 경제, 사회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했다"며 "비상조치 이후 미래 세대가 엄중한 상황을 깨닫고 자유와 주권 가치 소중함 인식하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분, 감정을 수습하고 그만 울고 자유와 번영을 위해 더욱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윤 전 대통령의 메시지는 2017년 3월 10일 파면 이틀 만에 삼성동 사저로 귀가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메시지와도 결이 달랐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파면 불복 메시지를 냈지만 이후 20일 간 사저에 칩거하다가 같은해 3월 31일 구속영장이 발부돼 구속됐다.
윤 전 대통령의 메시지는 박 전 대통령과 같이 관저에 칩거하며 재판을 준비하기보다는 보다 적극적인 정치 행보에 나설 수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의 이런 자신감은 탄핵 정국을 지나오면서 결집한 기존 보수층 외에 청년 층이 자신을 지지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한남동 관저 앞에는 대학교 학과 이름이 새겨진 점퍼를 입은 청년들이 윤 전 대통령을 배웅하러 나왔고 윤 전 대통령은 이들을 일일이 포옹하면서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이들 대학생은 경찰의 제지를 받지 않고 관저 입구 바로 앞에 도열해 윤 대통령을 맞았다.
윤 전 대통령은 관저를 떠나기 전 직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비상조치 이후 미래 세대가 엄중한 상황을 깨닫고 자유와 주권 가치 소중함 인식하게 돼 다행"이라고 언급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 전 대통령이 조기대선 국면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재임 당시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졌지만 탄핵정국에서 탄핵 반대 여론은 30%대로 치솟았다. 계엄 이후 윤 전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했던 국민의힘 일부 대선 주자들은 윤 전 대통령과 접촉하며 지지를 표했다.
다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윤 전 대통령의 정치 행보가 조기대선 국면에서 '탄핵 트라우마'를 건드리며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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