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저는 그 사람의 집에 간 적이 없습니다."(피고인 A 씨)
"그럼 이 박카스 병은 뭔가요?"(판사)
지난해 1월 12일 오후 2시쯤 전남 담양군의 한 주택에 검은 그림자가 숨어들었다. 대낮에 보일러실 창문을 깨고 침입한 범인은 보석함에 들어 있던 순금 3~10돈짜리 팔찌, 목걸이, 반지 등 2141만 원 상당의 패물을 모조리 들고 사라졌다.
담양에서는 같은해 8월에도 2건의 주거 침입 범행이 벌어졌다. 8월 16일엔 또다른 피해자의 주거지에 숨어든 절도범이 피해자의 인기척을 듣고 놀라 창문을 통해 도망쳤다.
경찰은 각종 수사 끝에 용의자로 A 씨(41)를 특정했다.
그러나 A 씨는 "나는 패물을 도둑 맞았다는 집에 간 적도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또한 "내가 판매한 귀금속은 피해자의 것이 아니고 제 가족의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절도, 절도미수, 재물손괴, 주거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의 주장에서 각종 맹점을 찾아냈다.
범행 당일 A 씨의 주거지와 피해자의 주거지는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범행 장소 인근 야산에서 박카스 병이 발견된 것. 이 박카스 병에는 A 씨의 지문이 묻어 있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거의 관련이 없어 보이는 경남까지 가서 귀금속을 처분했다. 피고인의 주장처럼 가족의 귀금속을 처분하는 것이라면 그렇게 멀리까지 갈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피고인은 귀금속을 처분한 돈을 통장으로 입금받았는데 처분 일주일 후 통장을 해지했다. 피고인은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을 뻔해서 통장을 해지했다고 하나 그에 관한 합리적인 설명을 하지 못한다. 오히려 범행 관련 자료를 빨리 없애기 위한 방편이었던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수사기관의 객관적인 증거 제시에도 범행을 부인하는 등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모든 양형조건을 고려해 형을 정한다"며 A 씨에게 징역 1년 2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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