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강남3구 중심의 부동산 과열 흐름에도 3월 주요 은행들의 가계대출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5대 은행의 지난 20일 기준 신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취급액은 3조 원대로, 지난달 7조 6569억 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는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 요인이었던 신학기 이사 수요가 줄어들고, 은행들이 월별·분기별 대출 목표를 넘기지 않도록 관리를 강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아파트 거래가 늘면 한두 달 뒤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다주택자의 신규 주담대 취급을 제한해달라고 은행권에 요청하는 등 선제 대응에 나선 상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20일 기준 신규 주담대 취급액은 3조 923억 원으로 집계됐다. 아직 한 주가 남아 있지만 지난 2월 한 달 동안 7조 6569억 원이 취급된 점을 고려하면, 3월 들어 주담대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주담대 잔액 증가 속도도 완만해졌다. 5대 은행의 20일 기준 주담대 잔액은 584조 5026억 원으로, 2월 말(583조 3607억 원)보다 1조 1419억 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2월 말 잔액은 1월 말보다 3조 3835억 원 급증한 바 있다.
주담대를 포함한 전체 가계대출 잔액도 비슷한 흐름을 나타냈다. 5대 은행의 20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38조 3361억 원으로, 2월 말(736조 7519억 원) 대비 1조 5841억 원 증가했다. 지난달에는 1월 말 대비 3조 931억 원이 늘었었다.

지난 2월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은 총 4조 3000억 원 늘어나며 증가세로 전환됐다. 금융권이 연초 대출 영업을 재개하고, 대출금리 하락 및 신학기 이사수요 등으로 주담대 증가세가 확대된 영향이다.
다만 연초 신규 취급된 주담대는 2월 마지막 주를 정점으로 3월 들어 축소된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당국도 "3월 가계대출은 2월의 신학기 수요가 마무리되면서 현재까지는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는 우려도 나온다. 통상 집값 상승은 한 두 달의 시차를 두고 가계대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박종우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지난 13일 "2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생각보다 많이 늘어났다"며 "거래가 늘면 통상 한두 달 시차를 두고 가계부채 증가로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정부는 최근 집값의 상승 속도가 이례적으로 빠르고, 거래량도 단기간 급증하고 있다며 지난 19일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과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강남·서초·송파·용산구' 소재 전체 아파트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것이 핵심이다.
금융당국도 '선제적 대응'에 나선 상태다. 최근 강남3구 중심의 부동산 상승 속도와 폭을 고려하면, 추가 상승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강남3구의 상승세가 여타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우려된다.
금융당국은 지난 19일 은행권에 '대출 관리 강화'를 요청했다. 구체적으로 다주택자의 신규 주담대를 제한하고, 갭투자 관련 조건부 전세대출 제한도 요구했다.
또한 현행 월별·분기별 가계대출 관리 체계에 더해, 수도권을 '지역별'로 나눠 가계대출 모니터링과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지역 내 신규 취급 주택 관련 대출이 기존 대출 상환분 이상으로 크게 증가하는지 등을 관리할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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