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을 기각하자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도 예단할 수 없다는 반응이 물밑에서 나오고 있다.
12·3 비상계엄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킬 때만 해도 파면을 기정사실로 여겼던 분위기가 불안감으로 변하는 양상이다.
민주당은 한 총리의 탄핵심판 결과를 받아 든 24일 헌재를 향해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조속히 선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당 대표는 이날 오전 광화문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노무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사안은 윤 대통령보다 훨씬 더 복잡했음에도 90일 남짓 만에 다 선고했다"며 "윤 대통령 탄핵은 어제로 100일이 지났음에도 헌재가 선고기일을 잡지 않고 미루는 것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찬대 당 원내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오늘 바로 선고기일을 지정하고 내일 당장 선고를 내려달라"고 헌재에 촉구했다.
민주당은 헌재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를 예상보다 늦추는 것을 감지한 순간부터 조속한 선고를 압박했지만, 당 내부적으로 기각이나 각하가 나올 것이라는 분위기는 형성되지 않았다.
이 대표와 박 원내대표의 발언에도 '무조건 인용'이라는 속뜻이 바탕에 깔려 있다.
그러나 한 총리의 탄핵심판 선고가 나오자 윤 대통령 사건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불안감이 조금씩 형성되는 분위기다.
헌재는 한 총리 사건을 '기각 5인, 인용 1인, 각하 2인'으로 기각 결정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한 총리의 기각을 전망했지만 예상보다 재판관들의 의견이 분명하게 제시된 점이 윤 대통령 선고 결과를 예단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민주당이 전망하는 윤 대통령의 탄핵을 위해서는 재판관 6인의 찬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김복형 재판관은 한 총리 사건의 다섯 가지 쟁점 모두에서 위헌·위법이 없다고 판단했고, 각하 의견을 낸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의결 정족수를 대통령에 준하는 국회의원 200인 이상의 찬성으로 봐야 한다며 본안 판단도 할 수 없다(각하)고 지적했다.
특히 정 재판관 등은 "헌법 제65조(탄핵)에 근거한 탄핵소추는 적법하게 선출 임명된 대통령 내지 고위 공무원 등의 직무를 정지하는 효과를 가지는 만큼 이는 엄격한 규정과 절차에 따라 진행될 필요가 있다"며 민주당 주도의 줄탄핵에 대한 우려를 언급했다.
이를 윤 대통령 사건에 대입하면 김 재판관은 보수적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정 재판관 등의 경우는 윤 대통령이 주장하는 민주당의 줄탄핵으로 국정이 마비돼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 중 줄탄핵의 문제점 부분은 인정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 물론 줄탄핵이 계엄의 정당성을 부여해 주느냐는 별개다.
헌재가 한 총리 사건에서 내란과 관련한 판단을 직접적으로 밝히지 않아 윤 대통령 사건에 직접 대입하기는 어렵지만, 이런 분위기라면 민주당 입장에서는 최소 3명의 재판관이 이탈해 윤 대통령 탄핵이 기각될 수도 있다고 우려할 만하다.
정치권과 법조계를 중심으로 나도는 불분명한 정보들도 재판관 사이에 의견 일치가 되지 않아 선고기일이 계속해서 밀린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민주당의 대응 수위가 연일 거세지는 것은 이런 상황에서 엄습하는 불안감의 방증이라는 의견이 당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한 당 관계자는 "윤 대통령 탄핵을 자신했는데 헌재에서 지금까지 탄핵안이 모두 기각됐다"며 "이러다 윤 대통령 탄핵도 기각될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보니 대응 수위만 연일 세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표면적으로는 윤 대통령의 탄핵 사유는 차고 넘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윤석열 탄핵심판 선고가 늦어지다 보니 국민의힘과 극우집단 일각에선 탄핵심판에 대해 여러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며 "죄를 지었으면 처벌받는 것이 순리로 결국 윤석열은 파면되고 김건희는 감옥에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지금까지 헌재가 모두 탄핵심판을 기각했지만 이는 윤석열 사건과는 엄연히 다르다"며 "윤석열 탄핵을 위한 빌드업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의견이 훨씬 더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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