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트럼프발 안보 위기로 본격적인 재무장에 돌입한 유럽연합(EU)이 비회원국인 영국과 노르웨이까지 손길을 뻗치며 방위 협력을 위한 판을 키우고 있다.
EU 순회 의장국인 폴란드의 안제이 도만스키 재무장관은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레이철 리브스 영국 재무장관과 옌스 스톨텐베르그 노르웨이 재무장관을 다음 달 바르샤바에서 열리는 EU 재무장관 회의에 초청했다고 밝혔다.
영국과 노르웨이는 모두 EU 회원국이 아니지만 서방의 집단안보 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참여하고 있다.
도만스키 장관은 어떤 구체적인 제안을 내놓기는 '시기상조'라면서도 "유럽의 역량 구축에 진정으로 관심 있는 국가라면 비EU 회원국과의 협력에도 관심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국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러시아 행보와 미국의 계속되는 동맹 때리기에 맞서 자체적인 방위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EU는 27개 회원국이 합심해 8000억 유로(약 1270조원) 규모의 '유럽 재무장 계획'(ReArm Europe Plan)을 추진한다. 회원국들의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1.5% 수준으로 늘려 6500억 유로를 확보하고, 무기 공동조달을 위해 1500억 유로 규모의 대출금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EU의 재무장 계획상 비EU 회원국은 방위 안보 협정을 체결해야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EU 내부적으로 영국 등을 EU의 방위력 증강 사업에 참여시킬 방법을 찾기 위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알려졌다.

영국은 2020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EU에 완전히 등을 돌리는듯했지만 방위 협력으로 다시 손을 잡고 있다. 영국은 2035년까지 방위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내놨다.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과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지난 18일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게재한 공동 기고문을 통해 "현재의 심각성은 영국과 EU의 안보·방위 협력에 새로운 시대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냉전 이후 평화 배당(군사비 지출 감소에 따른 경제적 이익 창출)은 완전히 끝났다"면서 영국과 EU는 공동의 위기에 맞서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는 전략적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노르웨이는 방위 산업에 강점이 있는 나라다. 나토와 협력을 통해 특히 첨단 미사일과 해양 방어 시스템 분야를 집중적으로 키워 왔다. EU 회원국은 아니지만 유럽경제지역(EEA) 일원으로 EU 단일시장에 속하기도 한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발 빼기 행보 속에 유럽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논의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20일 런던에서는 우크라이나 전후 안보 보장을 위한 '의지의 연합'에 참여하는 약 30개국이 군 지도부 회의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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