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전 총장 = 최근 교원 대상 강연 중 6월 3일에 있을 대통령 선거로 인해 국가교육정책의 방향이 다시 크게 바뀌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의 방향이 크게 흔들렸고, 교원을 비롯한 우리 사회는 새로운 정책에 적응하느라 많은 재정과 에너지를 소모해 왔다. 이러한 반복은 교육계에 큰 부담을 줬으며,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 가능성을 저해해 왔다.
이를 방지하고자 우리 사회는 정당과 대통령의 정책 결정권 독점을 막기 위해 합의제 의결 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를 설립했다. 국교위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으며, 제도의 본질적 한계가 드러나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이 정한 바에 따라 교육정책 수립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대선 공약 개발팀은 이러한 점을 유념하며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대통령 선거가 시작되면 대선 캠프의 교육공약 개발팀은 당의 철학과 비전을 공유하는 인사들을 모아 공약을 개발한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 이념, 지난 정부와의 차별성, 득표 가능성 등을 고려해 비전과 슬로건, 정책 목표를 설정하고 구체적인 교육 분야 정책을 제시한다.
그러나 짧은 공약 개발 기간과 데이터 기반보다 이념에 의존한 정책 설계, 참여 인사들의 편향성 등으로 인해 정책의 연속성, 일관성, 안정성뿐만 아니라 타당성과 실현 가능성도 고려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편향적이고 비현실적인 졸속 정책이 만들어지는 경우도 생긴다.
해당 캠프의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근소한 차이로 이겼더라도 별다른 검증 절차 없이 그 정책은 국민적 지지를 얻은 것으로 간주된다. 상당수 정책은 인수위원회의 심의 후 교육 분야 국정과제로 채택돼 교육부를 통해 구현되게 된다.
극단적인 새로운 교육정책이 시행되면 교육계는 적응 과정에서 몸살을 앓는다. 야당 및 생각을 달리하는 집단의 저항에 부딪혀 사회의 갈등 수준은 높아지며, 이를 구현해야 하는 교육부도 고통을 겪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국교위다.

2017년까지 인도는 총리가 당선되면 공약을 바탕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전문가들의 협의를 통해 종합적이고 실현 가능한 행정부 차원의 국가 발전 5개년 계획 초안을 만들었다.
이 계획은 국가개발위원회와 의회의 승인을 거쳐 예산까지 포함된 최종안으로 채택되는 과정을 거쳤다. 이러한 절차를 통해 이념 기반의 극단적인 정책 대신 포용적이고 연속성을 갖춘 정책이 만들어졌다.
정책 구현에 필요한 예산까지 확보된 5년 계획이 국회를 통과하면 공약 구현 과정의 사회적 갈등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공약개발팀에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사람을 포함해 보다 합리적이고 포용적인 정책을 만든다면 국회 승인까지의 과정에서 갈등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인도의 국가개발위원회에 해당하는 교육 분야 위원회가 우리나라 국교위다. 교육 분야에 대해서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반드시 국교위와의 협의를 통해 국정과제를 채택하길 바란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을 경우 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공약 개발팀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국가교육위원회법에 명시된 국교위 고유 사무 범위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다. 국가교육위원회법 제10조 '위원회의 소관사무'에 따르면 "교육비전, 중장기 정책 방향, 학제·교원정책·대학입학정책·학급당 적정 학생 수 등 중장기 교육 제도 및 여건 개선 등에 관한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에 관한 사항", 그리고 "국가교육과정 기준과 내용의 고시 등에 관한 사항"은 국교위의 소관 사무다.
이 규정에 의하면 대통령 선거 공약을 개발할 때 '교육 비전'을 포함해 열거된 사항에 대해서는 국교위와의 사전 혹은 사후 협의가 필수적이다. 사회적 갈등이 심한 특목고 제도, 대입 제도, 학제 등도 모두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해야 하는 국교위의 소관 사무다.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이에 관해 확정적 정책안을 발표하는 것은 위법 행위로 간주될 소지가 높다.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헌법과 법은 준수해야 한다. 집권하면 국교위 위원장과 위원들을 정권의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임명하고, 이들에게 개발된 공약을 그대로 채택하도록 하겠다는 발상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한다면 깨어있는 국민들이 가장 싫어하는 초법적 사고를 하는 집단으로 낙인찍히고, 국민적 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공약 개발 과정에서 동일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모이면 집단사고의 함정에 빠질 위험이 크다. 각 대선 공약 개발팀에는 다양한 배경과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참여해야 한다. 소수 의견을 포함하는 포용적인 접근으로 공약을 설계한다면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국민적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국교위와 협력해 법적 절차를 준수하고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며 실현 가능한 계획을 마련한다면, 대한민국 교육정책은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며 동시에 사회통합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교육정책학 박사를 취득했고 교육부 정책자문위원회 디지털교육분과 위원장, 전남민관산학 교육협력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한국교육행정학회장, 대한교육법학회장, 한국교원교육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최고의 교수법, 리더십 등을 주제로 1000회 이상의 강연을 통해 세상과의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는 실력의 배신(2018), 생성 AI 시대 최고의 교수법(2024) 등 20여 권이 있고, 100여 편의 논문과 1000편 이상의 각종 칼럼이 있다.
편집자주 ...나침반은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방향을 안내하는 도구입니다. 방향은 제시하지만, 특정 경로를 제시하지는 않습니다. 이 칼럼이 우리 사회가 직면한 과제와 나아갈 길에 대해 함께 성찰하는 장이 되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