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한한 택시 강도…돈 뺏고 동료기사에게 "구해줘라" 위치 알림 문자

(서울=뉴스1) 김송이 기자 = ·

본문 이미지 - 지난달 30일 밤 9시께 충북 청주의 한 번화가에서 택시에 오르는 강도. (JTBC '사건반장')
지난달 30일 밤 9시께 충북 청주의 한 번화가에서 택시에 오르는 강도. (JTBC '사건반장')

승객에게 흉기로 위협당해 돈을 빼앗긴 뒤 트렁크에 갇혔다가 탈출한 택시 기사의 사연이 전해졌다.

2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충북 청주에서 택시 기사로 일하는 60대 남성 A 씨는 지난달 30일 밤 9시께 청주의 한 번화가에서 남성 손님 B 씨를 태웠다.

B 씨는 시내가 아닌 인근 마을 쪽으로 가달라고 했고, 목적지인 마을회관은 인적이 드문 곳에 있었다. A 씨가 "다 왔다"고 하자, B 씨는 돈을 찾는 듯 가방을 뒤적거렸고 A 씨는 잠시 기다렸다.

그런데 B 씨는 가방에서 대뜸 흉기를 꺼내 들고 강도로 돌변했다. 그는 A 씨의 목에 흉기를 들이밀며 "아직은 더 사셔야죠"라고 말했다. 이어 B 씨는 로프로 A 씨의 두손을 결박한 뒤 자신이 운전대를 잡고 더 외진 곳으로 이동했다.

이후 B 씨는 A 씨에게 휴대전화로 은행 앱을 켜게 한 뒤 잔고를 확인했다. 잔고 109만 원을 확인한 B 씨는 "왜 돈이 이것밖에 없냐" "다른 통장은 없냐" "신용카드는 안 쓰냐" 등의 질문을 한 뒤 A 씨가 가진 현금과 체크카드를 빼앗았다.

B 씨는 A 씨를 트렁크에 태운 뒤 준비해 온 청 테이프로 발까지 묶어서 감금했다. 그 상태로 택시를 가까운 은행으로 몰고 간 B 씨는 빼앗은 체크카드로 하루 최대 인출액인 현금 70만 원을 인출했고, 다시 차를 몰아 30분 정도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B 씨는 다시 트렁크 문을 열고 "순순히 말 들으면 서로 다칠 일 없다"며 "아침에 아들한테 문자 해서 아빠를 찾으러 오게끔 해주겠다"고 알 수 없는 소리를 했다. A 씨는 B 씨의 행동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아들이 잘 때 메시지를 확인 안 한다"며 "내가 아는 다른 택시 형님한테라도 연락해달라"고 부탁했다.

이후 B 씨는 새벽 1시30분께 A 씨의 휴대전화와 블랙박스를 챙겨 달아났다.

본문 이미지 - (JTBC '사건반장')
(JTBC '사건반장')

A 씨는 어설프게 몸 앞쪽으로 묶여있던 양손을 직접 풀어 트렁크 문을 열고 탈출했는데, 놀라운 점은 B 씨가 실제로 새벽 2시께 A 씨의 지인에게 "모 식당 옆 공사 현장에 이 휴대전화의 주인이 있으니 트렁크에서 무사히 좀 꺼내주세요"라고 문자를 보내놓은 것이었다.

A 씨는 "내가 강도에게 돈 100만 원에 당신 인생 걸지 말라며 일 크게 만들지 말라고 했는데 강도가 '조용히 해라' '가만히 있어라' 이런 말이 아니라 '사장님 죄송합니다. 저도 지금 사는 게 힘들어서 이런다'고 하더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A 씨는 트렁크에서 탈출한 뒤 곧장 경찰서로 향했고, 경찰은 CCTV를 통해 용의자를 특정했다. B 씨는 사건 17시간 만인 31일 오후 3시께 자택에서 체포됐다.

현재 B 씨를 강도 혐의로 수사 중인 경찰은 B 씨에게 납치와 협박 등의 혐의를 추가 적용할지에 대해서도 고려 중이다. 정확한 범행 경위를 조사한 후에는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연에 대해 누리꾼들은 "기사님이 무사하셔서 정말 정말 다행이다" "어설픈 범행이라기보다는 금품 강탈 목적이지 일을 더 크게 벌일 마음은 없었던 것 같다. 착하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생계형 범죄인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누리꾼들은 "하지만 범죄자는 범죄자다. 착한 범죄는 없다" "그래도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 한번은 엉성해도 더 흉악한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yk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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