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홍유진 노선웅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14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첫 공판에서 총 93분간 직접 발언하며 친정 검찰의 공소사실에 맞불을 놓았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 전 대통령은 "26년간 검사 생활을 하며 많은 사람을 구속·기소했다"고 전제한 뒤 검찰의 공소장을 겨냥해 '무논리' '모자이크식'이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이날 변호인의 말을 끊으면서까지 '셀프 변론'에 나섰던 윤 전 대통령의 재판은 오전 10시 시작해 8시간 20분 뒤인 오후 6시 20분 마무리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의 심리로 진행된 이날 공판에서 포문을 연 것은 검찰이었다. 검찰은 오전 10시 2분 "대통령 윤석열을 '피고인'으로 호칭하겠다"고 운을 떼며 공소요지 진술을 시작했다.
검찰은 준비해 온 프레젠테이션(PPT) 자료를 띄워놓고 약 1시간 동안 공소 사실을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이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켰다는 것이 요지였다.
그러자 윤 전 대통령은 오전 11시 13분부터 55분까지 약 42분간 검찰의 공소장을 비판했다. 윤 전 대통령은 검찰이 준비한 PPT 자료를 다시 띄워달라고 요청하며 한 페이지씩 반박에 나섰다. 'PPT 몇 페이지를 봐달라'고 한 뒤, 해당 페이지에 나온 검찰 논리가 왜 잘못됐는지를 지적하는 식이었다.
윤 전 대통령은 26년간 검사 생활을 했다는 점을 앞세워 검찰의 공소장 내용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윤 전 대통령은 "저 역시도 26년간 검사 생활을 하면서 참 치열하게 공직 생활을 해왔다"며 "26년간 정말 많은 사람을 구속하고 기소한 저로서도 (검찰 공소장이)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뭘 주장하는 건지, 이게 어떤 로직(논리)에 의해 내란죄가 된단 건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며 친정인 검찰을 향해 날을 세웠다.
이어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30분쯤부터 그 (다음) 날 새벽 2~3시까지 몇시간 상황을 쭉 나열식으로 기재한 공소장"이라며 "조서를 거의 공소장에 박아 넣은 것 같은 이런 걸 내란으로 구성한 자체가 참 법리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래 수사를 여러 사람이 하고, 조서는 다양한 데에서 생성하더라도 한사람이 수미일관하게 논리를 만들어 공소장이 나오고 불기소장이 나오는 건데 이건 그냥 조서들을 모자이크식으로 붙인 거라고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공소장을 이번 비상계엄 공소장과 여러 차례 비교하면서 내용이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윤 전 대통령은 6시 13분쯤 재판이 마무리 직전까지도 "증거라는 것도 어느 정도 될 만한 것들을 딱 골라서 던져 줘야 그걸 가지고 인부하든 다투든 할 것"이라며 "이건 (공소장이) 너무 난삽해서 도대체 이게 어떻게 제대로 된 재판이 이뤄질 수 있겠냐"고 사실상 검찰을 향한 발언을 이어갔다.
이어 "제가 그럴진대 다른 군 출신, 현역 군인(피고인)들이 이런 상태의 공소장으로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는지 정말 의문"이라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의원 끌어내라' 지시와 관련한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과 김형기 특수전사령부 제1특전대대장의 증언에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은 검찰 측 증인신문 도중 끼어들어 "제가 그 질문을 헌재에서 본 거 같은데 반대신문을 제가 할 건 아닌데 그 증인이 오늘 나와야 했는지, 그렇게 급했는지, 순서에 대해서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은 언성을 높이거나 말하는 속도가 빨라지는가 하면, 재판장과 변호인의 말을 중간에서 끊고 들어가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증인신문 도중 또는 재판 마무리 무렵 돌연한 발언까지 모두 포함한다면 이날 재판에서 윤 전 대통령의 발언 시간은 총 93분, 1시간 33분에 이른다.
윤 전 대통령의 2차 형사 재판은 오는 21일 오전 10시 열리며 이날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과 김형기 특수전사령부 제1특전대대장에 대한 반대 신문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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