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뉴스1) 권혁준 기자 = "이겼으니 욕 안 먹고 넘어갔다."
풀카운트에서 투수를 교체하는 보기 힘든 '승부수'를 '성공'으로 귀결시킨 이강철 KT 위즈 감독이 특유의 농담을 던지며 웃어 보였다.
KT는 15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리는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를 앞두고 있다.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이강철 감독은 지난 13일 삼성 라이온즈전을 돌아봤다. KT는 이 경기에서 6-5 한 점 차의 신승을 거뒀다.
화제가 된 장면은 8회초였다.
6-1에서 6-4까지 추격당한 KT는 8회초 시작과 함께 필승조 김민수를 투입했다. 그런데 김민수는 선두 타자 윤정빈에게 2루타를 맞았고 김성윤에게 3루타까지 허용하며 흔들렸다. 스코어는 6-5가 됐고, 무사 3루가 계속되는 상황이었다.
김민수는 다음 타자 이재현을 3루수 직선타로 처리하며 한숨을 돌렸는데, 이후 류지혁을 상대로 2볼로 불리하게 출발했다.
이 지점에서 이강철 감독은 교체를 생각했다고. 그는 "여기서 동점을 내주면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갈 것 같다고 봤다"면서 "되든 안 되든 시도는 해봐야겠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김민수는 3볼 2스트라이크까지 만들었지만, KT 벤치는 6구째 공을 던지기에 앞서 투수 교체를 결정했다. 마운드에 올라온 투수는 마무리 박영현이었다.
이 감독은 "(박)영현이에게 나가라고 하니 '지금 나가나요?'하고 되묻더라"며 "나가자마자 던진 볼이 빗나갔는데 다행히 헛스윙이 나왔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2사 3루를 만든 박영현은 구자욱까지 범타로 처리하고 최대 위기를 넘겼고, 9회까지 틀어막고 승리를 지켜냈다.
이 감독은 "운이 좋아서 승리했다. 뒤집혔으면 욕먹을 뻔했다"면서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며 웃었다.
사령탑의 승부수가 적중한 덕에 선발투수 소형준은 928일 만의 선발승을 따냈다. 2023년 팔꿈치 수술을 받은 그는 지난해 막판 불펜투수로 복귀한 뒤 올해는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고 있다.
이 감독은 "(소)형준이가 그날 추운데도 94구나 던지면서 고생했지 않나"면서 "승 날아가는 게 아까워서라도 승부를 걸어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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