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혐오와 갈등의 시대, 포용사회는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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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훈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송영훈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대한민국은 2024년 12월 3일, 역사에 길이 남을 비극적 사건을 또 한 번 겪었다. 비상계엄 선포와 대통령 탄핵이라는 일련의 정치적 충격은 우리 사회에 깊은 균열을 드러냈다. 단지 정치적 사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 간의 불신과 적대감, 그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상반된 해석들이 거침없이 분출됐다. 무엇이 우리를 이토록 분열시켰는가. 그리고 우리는 이 갈등을 어떻게 넘어설 수 있을까.

신뢰 단절, 사회적 대화 실종이 만든 구조적 갈등

우리는 이번 사태를 '갈등의 구조화'라는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국 사회의 갈등은 단순히 보수와 진보, 여당과 야당, 혹은 찬성과 반대라는 이분법적 구도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신뢰의 단절, 정치적 책임 회피, 그리고 사회적 대화의 실종이 만들어낸 구조적 문제다.

특히 권력의 작동 방식에 대한 불신은, 어떠한 정치적 결정이 내려지든 '그 의도'를 의심하게 만들며, 민주적 절차 자체에 대한 회의를 확산한다. 문제는 이러한 불신이 반복되면, 사회는 점차 '우리 대 그들'이라는 적대적 틀로 굳어지고 만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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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책임 없는 포용은 진정한 화해가 아니라 회피

우리는 이제 '포용사회'로 나아가는 길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포용이란 모든 것을 덮고 잊자는 의미가 아니다. 건강한 포용은 반드시 '책임'을 전제로 한다.

민주주의의 근간은 책임성과 투명성이다. 한국의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었던 불법적 권력 행사에 대해서는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사실의 왜곡이나 정치적 물타기를 경계해야 한다. 책임 없는 포용은 진정한 화해가 아니라 회피일 뿐이다.

디지털 공간에서 확산하는 혐오와 극단주의

포용은 또한 사회 구성원 간의 '존재의 인정'에서 출발해야 한다. 우리와 생각이 다른 사람도 시민이며, 그들의 목소리에도 경청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일이다. 지금 우리는 상대의 논리를 반박하기보다 상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언어에 더 익숙해져 있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의견의 경쟁을 통해 공공선을 찾아가는 과정이지, '적을 이기는 게임'이 아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포용의 가치가 쉽게 무너지고 있다. 각자의 진영 논리에 갇혀 상대방을 악마화하는 모습은 최근 몇 년간 급속히 심화해 왔다. 사회적 갈등이 일상화될수록 시민들은 점점 더 피로와 냉소에 빠져들고, 포용이라는 이상을 그저 비현실적인 구호로 치부하게 된다.

이처럼 포용의 위기가 심화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디지털 공간에서 확산하는 혐오와 극단주의다. 소셜미디어가 시민의 목소리를 자유롭게 표출하는 공간이 됐지만, 동시에 혐오와 극단적 이념을 퍼뜨리는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 포용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 디지털 갈등을 완화할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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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을 넘어 포용 기반의 공동체 회복 노력해야

그러므로 포용사회로 가기 위해 우리는 다음의 세 가지 실천적 과제를 성찰할 필요가 있다. 첫째, 정치적 책임을 묻되, 보복이 아닌 제도적 절차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둘째, 상호 간의 신뢰 회복을 위해 투명한 정보 공개와 사실 기반의 공론장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교육과 시민의식을 통해 다양한 가치와 관점을 존중하는 문화적 토대를 다져야 한다. 이 중 그 어느 것도 하루아침에 해결될 것은 없지만, 우리가 항상 경계해야 할 것이다.

특히 교육과 시민의식 강화는 장기적으로 반드시 추진해야 할 과제다. 민주주의의 성숙은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 있음을 인정하는 문화가 뒷받침될 때 가능하다. 이에 따라 초중고와 대학교육에서부터 서로를 존중할 수 있는 시민교육을 체계화하고, 갈등을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줘야 한다. 사회적 갈등이 생겼을 때 그것을 비난하거나 무시하는 대신 합리적인 토론과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갈등이 없는 사회는 없다. 그러나 갈등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사회의 미래는 달라진다. 포용이란 다름을 받아들이는 용기이자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책임 있는 선택이다. 지금 이 순간, 한국 사회는 그 용기와 책임 사이에서 중대한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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