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이튿날인 5일 윤석열 전 대통령은 서울 한남동 관저에 머물고 있다. 직접적인 승복 메시지는 내지 않았지만 현재까지는 정치적 발언을 배제하는 등 지지층 결집에는 거리를 두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전날(4일) 파면 선고 직후 변호인단을 통해 "안타깝고 미안하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만나 "대선 준비 잘해 꼭 승리해 달라"는 발언 이후 침묵하고 있다.
애초 정치권에서는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면 보수 지지층 결집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윤 전 대통령이 지지층을 자극하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며 "대통령직을 떠난다는 얘기를 썼다. 거의 승복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분석했다.
국론이 분열될 상황에 전직 대통령에 걸맞은 행보를 통해 더 이상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으려 한다는 시각도 있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은 지난달 석방 이후에도 '관저 정치'를 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헌재 선고 당일까지 정치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반면 자연인 윤석열로 돌아가면서 앞으로 있을 내란 혐의 형사재판뿐 아니라 공천개입 의혹 수사 등을 감안한 행보라는 풀이도 나온다.
전날 헌재 탄핵 선고에 형사재판의 공소사실이기도 한 내란 혐의와 관련해 간접적인 판단이 포함되면서 해당 형사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검찰 추가 기소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치권에는 윤 전 대통령이 일단 차분하게 재판 준비에 매진하고 향후 조기 대선 등 국면 진행 상황을 보고 메시지를 낼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대통령실도 이틀째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한 별도의 입장 없이 침묵 중이다.
전날 파면 선고 20분 만에 대통령실 청사 앞 봉황기가 내려갔고, 탄핵 심판 변론기일 내내 청사 내부에서 윤 전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주던 대형 화면마저 꺼지자 대통령실 내부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어느 시점에 한남동 관저를 떠날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탄핵 인용 뒤 언제까지 관저를 비워야 한다는 명시적 규정은 없지만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주말을 전후로 관저를 비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파면 선고 이틀 뒤 관저에서 퇴거한 바 있다.
윤 전 대통령은 20대 대선 직후 한동안 현직 대통령 경호를 받으며 머물던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사저로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이사 준비 등으로 시간이 필요한 만큼 며칠 더 관저에 머물 것이라는 예상도 제기된다.
경호 등의 문제로 거처를 아예 옮길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일반적으로 전직 대통령의 사저에는 별도 경호동이 설치되지만, 아크로비스타는 도심 대로변에 위치한 고층 공동주택으로 경호 공간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울 근교 등 제3의 장소로 이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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