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8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인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관 후보로 지명했다. 이 후보자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다음날 삼청동 안가에서 모임을 가진 주요 정부 인사 중 한 명이다. 지난 탄핵정국에서는 윤 전 대통령 측과 궤를 같이해왔다.
야권은 이 후보자 지명을 두고 즉각 한 권한대행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서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여권은 이번 지명을 환영했다. 향후 이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여야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이 후보자는 검찰 출신으로 윤 전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동문이자 사법연수원 동기다. 2020년 검찰총장 직무 정지 사건 당시에는 윤 전 대통령 측 변호를 맡았다.
이 후보자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언 다음 날, 삼청동 안가에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 등과 회동했다. 당시 야권은 이들의 모임을 두고 "계엄 수사에 대비한 전략 회의"라고 의심했다.
삼청동 안가 회동 뒤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도 드러냈다. 이에 야권은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이라고 비판했고,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회는 그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탄핵 정국에서는 윤 전 대통령 측과 궤를 같이했다. 이 후보자는 법원이 윤 전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하며 '구속 기간을 시간'으로 계산한 데 대한 의견을 야당이 따지자 "법제처장으로서 그걸 말할 수는 없지 않냐"라며 "지금 제 의견을 말씀드리면 법제처 의견이 되는 것이어서 말씀드릴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자신이 2017년 집필한 형사소송법 주석서에 '구속기간은 시간이 아닌 날로 계산한다'고 쓴 것이 알려지면서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 2월에는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형사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정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그렇게 주장할 수 있는 논거는 충분히 있다"고 윤 전 대통령 측과 의견을 같이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미임명 사태에 대해선 "대통령 권한대행의 임명권 행사는 결국 대통령의 임명권 행사"라며 "헌법이 대통령한테 부여한 임명권을 국회가 선출하면 무조건 서명해야 한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은 최 권한대행을 옹호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만장일치로 최 부총리의 마은혁 후보자 미임명에 대해 국회의 헌법재판소 구성권을 침해했으며 마 후보자를 임명하는 것은 헌법적 의무라고 결정했다.
여야는 이날 이 후보자 지명을 두고 충돌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번 임명은 내란 잔존 세력에 의한 헌재 장악 시도"라고 비판했다. 다만, 한 권한대행 탄핵 추진에 대해선 "법률적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정도로 말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반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 처장은 '미스터 법질서', '미스터 클린'"이라며 "법리에 밝고 헌법 이념에 충실할 뿐 아니라 직무에 충실한 분으로 헌법재판관으로 손색이 없다"고 호평했다.
여야 이견 속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불투명하다.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지만, 기한 내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가 정부로 이송되지 않아도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이 후보자)지명 철회를 요구한다. 국회는 인사청문회 요청을 접수하지 않겠다"며 "국회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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