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성식 김종윤 기자 =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가 유상증자 규모를 3조 6000억 원에서 2조 3000억 원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줄어든 1조 3000억 원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가 책임지기로 했다.
이번 유증이 경영권 승계용이란 의혹을 해소하는 동시에 주주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소액 주주들은 15% 할인된 가격으로 유증에 참여하는 반면 한화에너지는 할인이 적용되지 않는다.
한화에어로는 향후 4년간 총 11조 원을 투자해 2035년까지 연간 매출 70조 원, 영업이익 10조 원 시대를 열겠다는 계획도 함께 내놨다.
안병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총괄 사장은 8일 오전 서울 중구 소재 한화그룹 본사에서 열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래 비전 설명회'에서 수정된 유증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설명회는 시작 3시간 전 취재진에 공지됐을 만큼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안 사장은 "우리나라 증시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주주와 언론에 충분한 설명을 해드리지 못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법률상 이사회 결의 다음에 공시해야 소통을 할 수 있는 제약이 있지만, 앞으로는 소통의 기회를 많이 갖겠다"고 약속했다.
설명회 직전 한화에어로는 이날 이사회 결정으로 당초 3조 6000억 원이었던 주주배정 유상증자 규모를 2조 3000억 원으로 축소한다고 공시했다.
줄어든 1조 3000억 원은 한화에너지를 필두로 한화임팩트파트너스·한화에너지싱가폴 등 3개 사를 대상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확보할 예정이다.
제3자 배정 유증이 확정된다면 한화에너지는 지난 2월 한화에어로에 한화오션 지분을 매각하고 받은 금액 1조 3000억 원을 모두 재투입하게 된다. 그동안 한화그룹은 한화에너지가 한화오션 지분을 한화에어로에 매각하고 받은 금액 1조 3000억 원을 경영권 승계 자금으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 제3자 유상증자 참여 결정으로 해당 논란은 사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안 사장은 "유상증자 결정 이후 승계 문제로 비화하자 김 회장이 결단을 내렸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2조 3000억 원의 주주배정 유상증자가 진행되는 만큼 기존 주주에 대한 지분가치 희석은 단기적으로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안 사장은 3조 6000억 원 전액 주주배정 유상증자 시 주주가치는 13% 정도 하락하지만, 2조 3000억 원으로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축소하면 하락률이 9%에 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한화에어로는 향후 4년간 11조 원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회사의 미래 곳간을 채워나간다는 청사진도 함께 내놨다.
투자 분야는 크게 방산과 조선·해양·에너지 분야이며, 투자 금액은 △매출 증대를 위한 해외 투자 6조 2700억 원 △신규 시장 진출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 1조 5600억 원 △지상 방산 인프라 투자 2조 2900억 원 △항공우주산업 인프라 투자 9500억 원이다.
안 사장은 "방산 분야에서는 해외 시장 직접 수출을 많이 했지만, 현지화는 부족했다"며 유럽연합(EU)이 방위비 지출을 늘리는 상황이지만 동시에 방산 블록화로 비(非)EU 국을 상대로 수출 장벽을 높이고 있는 만큼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현지 생산 기지를 구축하는 등 현지화 노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조선·해양·에너지 분야에 대해선 "미국에서의 전망이 매우 밝다"며 지난해 12월 미국 필리조선소에 이어 지난달 호주 방산업체 오스탈 지분을 인수한 점을 거론했다. 오스탈은 미국 함정을 직접 건조하는 4대 핵심 공급업체다. 그는 현지 투자로 필리조선소에서 건조되는 상선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대형 선박으로 확대하는 한편 오스탈과의 협업을 통해 미국 함정 산업에도 진출하겠다고 강조했다.
11조 원 투자자금 마련 방안으로는 3년간 △주주배정 유상증자 2조 3000억 원 △제3자배정 유상증자 1조 3000억 원 △영업현금흐름(NOLPAT) 회사채 발행 및 금융권 차입 7조 5000억 원을 제시했다.
유상증자를 감행할 수밖에 없는 배경에 대해 안 사장은 "수주 사업 시 선수금 문제로 지난해 연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별도 기준 부채 비율이 400%에 달한다"며 "안정적인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선 부채비율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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