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양=뉴스1) 윤왕근 기자 = 여성 민원인을 상대로 한 성비위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진하 강원 양양군수의 주민소환 사전투표가 21일 지역 6개 사전투표소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이번 주민소환투표는 지난 2021년 정부과천청사 유휴부지 주택공급 논란으로 주민소환이 추진된 김종천 당시 경기 과천시장 사례 이후 약 4년 만에 치러지는 것이다.
이날 오전 7시 30분쯤 양양읍 사전투표소가 마련된 양양실내체육관엔 이른 아침부터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한 지역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출근 전 투표소를 찾은 시민 A 씨는 "김 군수의 성비위 의혹이 언론매체를 통해 전국에 퍼지면서 양양은 그야말로 망신을 당했다"며 "지역주민을 부끄럽게 한 군수를 직접 벌하기 위해 출근 전에 나왔다"고 말했다.
다만 지방선거 등 일반 선거와 달리 '군수 해임'을 묻는 투표이기 때문에, 투표소로 들어서는 주민들은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양양군은 인구 2만명이 조금 넘는 소도시로, 사실상 투표 참여 소문이 돌기 쉽다는 우려가 큰 것이다.

실제 이날 양양읍 사전투표소 밖에선 김 군수의 지지자와 주민소환을 추진한 미래양양시민연대 관계자 간 고성이 오가는 등 소란이 일기도 했다. 김 군수의 지지자 2명이 차량으로 유권자를 실어나르는 행위를 감시하기 위해 투표소 밖에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시민단체 측은 "사전투표소 100m 내에서 투표에 개입하는 행위는 불법"이라고 항의했고, 이들은 "유권자를 실어나르는 행위를 감시하기 위해 왔을 뿐, 유권자들에게 말을 거는 등 투표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이 같은 소란은 군 선관위 관계자가 나와 제지하면서 일단락 됐지만, 이번 주민소환 추진이 지역 갈등으로 번진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군 선관위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현재 투표에 참여한 주민은 375명으로, 1.5%의 투표율을 보이고 있다.

이번 투표를 통한 김 군수의 직위 해제 여부는 '투표율'에 달려 있다.
양양지역 전체 유권자 2만4925명 중 '3분의 1'인 8309명 이상이 투표를 하면 개표가 진행, 해임 여부를 가릴 수 있다. 이중 찬성표가 유효투표의 과반을 기록하면 김 군수는 해임된다.
김 군수가 해임되면 오는 4월 2일 양양군수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만약 이에 해당하지 않으면 '투표 불성립'으로 개표함 자체를 열 수 없다.
주민소환을 추진한 김동일 미래양양시민연대 대표는 "김 군수는 온갖 추문과 비리설에도 일말의 사죄와 부끄럼 없는 행동으로 양양군과 군민들의 명예를 더럽혔다"며 "양양군민 모두가 투표장으로 나와 부정한 군수를 처벌함으로써 양양군과 군민의 자존과 명예를 스스로 회복하자"고 말했다.
한편 김 군수는 여성 민원인 A 씨를 강제로 추행하고, 현금 2000만 원과 고가의 안마의자, 성관계를 통한 성적 이익을 수수한 등의 혐의를 받아 구속 기소됐다.
김 군수는 주민소환 투표 결과와 별개로 주민소환 본투표(26일) 다음날인 오는 27일 춘천지법 속초지원에서 열리는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과 뇌물수수, 강제추행 사건 첫 재판을 통해 법적 심판대에도 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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