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상호관세 'D-2' 트럼프 마음 돌릴 카드는…비관세장벽 완화

수십조 대미 투자해도 '관세 폭격'…비관세장벽 완화 검토 불가피
결국 한미 FTA 재협상 수순…정부는 일단 '신중 모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서명한 서류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서명한 서류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청구서가 전 세계에 날아들었다. '25%'의 고율 상호 관세 청구서를 받아 든 우리나라는 주요 경쟁국보다 관세율을 낮추기 위한 미국과의 협상을 본격화한다.

오는 9일부터 발효되는 25% 상호 관세율은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20개 국가 중 앞서 관세를 부과한 멕시코·캐나다와 함께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일본(24%)보다도 높다.

미국은 한국의 25% 관세 산출 배경으로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 쌀 관세 문제 등의 비관세장벽을 콕 집었다. 우리 정부로서도 이에 대한 갈등 해소 논의가 우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동차, 쌀 등의 비관세장벽 문제는 한미 FTA 개정과 연결된 사안으로,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지켜왔던 것이어서 정부 입장에서도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기는 부담스러운 카드다.

우리나라는 또한 대통령 파면으로 인해 리더십이 공백인 상황이라, 다른 나라들처럼 정상 간의 통화조차 성사되지 않고 있어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본격화해야 하는 정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협상 지렛대 효용성 의문 대(對)미 투자…결국은 비관세장벽 완화가 핵심

미국의 이번 상호관세 발표 이전부터 유력한 협상 카드로 거론돼 온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나, 국내 기업의 대미 투자 확대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돌릴 지렛대가 될 수 없음이 이번 상호관세 발표로 드러났다.

총사업비 약 57조 원에 달하는 미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공동 투자 의사를 밝힌 일본(24%)도 관세 폭탄을 피하지 못했고, '31조 원'의 천문학적인 대미 투자 계획을 밝힌 현대차의 노력에도 한국은 고율 관세 대상국이 됐다.

향후 전개될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는 이 밖의 새로운 협상 카드를 발굴해야 하는 상황이다.

유력한 대안은 미국이 이번 상호 관세 부과의 근거로 제시한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 완화, 쌀 시장 개방. 미국산 소고기 30개월령 이상 수입제한 문제 등이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전 세계 무역 상대국의 무역장벽을 망라한 '2025 국가별 무역 평가 보고서(NTE)'에서 한국의 이 같은 비관세장벽 문제를 지적했다.

보고서는 우선 자동차 시장과 관련해 "미국 자동차 기업의 한국 시장 접근성 증대가 미국의 우선순위"라며 "미국 정부는 한국의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요구되는 배출가스 관련 부품 변경 보고 제도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고 서술했다.

미국 자동차 업계가 부품 관련 변경을 할 때 인증서를 발급받거나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명확성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담겼다. 보고서는 또 자동차 수입과 관련한 법을 위반할 경우 한국 세관 당국이 업체를 형사 기소할 수 있어 한국 업체와는 차별 대우를 받는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 같은 규제를 철폐하라는 게 미국의 요구다.

본문 이미지 - 전국농민대회에 참가자들이 31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밥쌀 수입 중단 촉구하며 미국산 쌀포대를 망치로 내리치고 있다. 농민들은 정부가 작년 9월 세계무역기구(WTO)에 쌀 관세화를 통보해 쌀 수입에 대한 의무가 끝났음에도 밥쌀 수입을 강행하고 있다며 밥쌀 수입을 중단하고 농민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2015.7.31/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전국농민대회에 참가자들이 31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밥쌀 수입 중단 촉구하며 미국산 쌀포대를 망치로 내리치고 있다. 농민들은 정부가 작년 9월 세계무역기구(WTO)에 쌀 관세화를 통보해 쌀 수입에 대한 의무가 끝났음에도 밥쌀 수입을 강행하고 있다며 밥쌀 수입을 중단하고 농민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2015.7.31/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트럼프, 쌀·소고기 30개월령 이상 수입제한도 '조준'

미국 축산업계의 단골 민원인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제한 문제도 거론됐다. 보고서는 2008년 쇠고기 시장 개방 당시 한국이 월령 30개월 미만 소고기만 수입하도록 한 것을 "과도기적 조치"라고 설명하며 "16년간 유지됐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한국이 월령과 관계없이 육포, 소시지 등 가공된 소고기 제품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고도 거론했다.

'쌀' 시장 개방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 상호 관세 발표 과정에서 직접 언급할 정도로, 미국의 인식에서는 '불공정'한 무역장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산 쌀의 경우 한국이 물량에 따라 50%에서 513%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한국은 미국산을 비롯한 모든 수입 쌀에 513%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쌀 개방' 문제는 한미 FTA 협상 때부터 핵심 사안이었고, 당시 기존 관세를 건드리지 않는 범위에서 양국이 합의한 것이다.

다만 우리나라는 저율관세할당(TRQ) 물량 연간 40만 8070톤에 대해서는 '5%' 관세를 적용하는데, 이중 미국에 할당된 TRQ 물량은 13만 2304톤에 이른다. 이는 우리 전체 수입쌀 물량의 32.4%를 차지한다. FTA 협정에서 합의한 대로 한국은 미국에 할당된 물량에 대해선 '5%' 관세를 적용 중이고, 미국에서도 할당 물량 수준에서 수출하고 있어 실제 513%의 관세가 부과된 적은 없다.

그럼에도 백악관은 한국, 중국, 독일, 일본을 지목해 수출품의 경쟁력을 인위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자국민의 국내 소비력을 억제하는 정책을 펼쳐왔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그런 정책에는 역진세, 환경을 오염해도 처벌하지 않거나 약한 처벌을 하는 것, 생산성과 비교해 노동자의 임금을 억제하는 정책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본문 이미지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경제안보전략 TF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총리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4.3/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경제안보전략 TF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총리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4.3/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비관세장벽' 완화는 FTA 개정으로 귀결…컨트롤타워 부재 정부 '난감'

관세 협상을 위해선 미국이 지적한 문제들을 해소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선뜻 선택하기 어려운 카드다.

미국이 꼽은 이 같은 비관세장벽 완화 문제는 결국 한미 FTA 개정으로 귀결하는데, 국내 산업에 끼칠 악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재협상 문제는 수많은 이해당사자와 집단이 얽혀 있는 문제인 만큼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박종원 산업부 통상차관보는 지난 3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민·관 합동 미국 관세조치 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미 FTA 재협상 수순인지'를 묻는 말에 "그렇게 볼 수는 없다. 미국이 한미 FTA를 딱 찍어 얘기한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에 재협상을 얘기하는 건 아직 급한 측면이 있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농림축산식품부도 미국의 '쌀, 소고기' 규제 완화 요구에 "미국 정부의 협상 요청을 받은 적은 없다"면서 "농업계, 전문가 등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국익을 최우선으로 관계 부처와 긴밀히 협의해 대응할 계획"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으로 국가 리더십이 공백인 상황에서 '정상외교'를 통한 활로 모색조차 쉽지 않다는 점도 정부의 고민거리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직무 복귀 후 미국발 통상 전쟁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민·관 합동 경제안보전략 TF를 직접 주재하는 등 연일 광폭 행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런 대내적인 조치와는 별개로, 미정부와의 실효성 있는 협의는 한 권한대행 복귀 이후 아직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한아름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트럼프의 성향상 결국 FTA 재협상까지 가려는 목적인지는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면서 "사실 빨리 뭔가를 보여주고 싶어 하는 성향을 볼 때 의회 비준까지 받아야 하는 FTA 재협상까지 가기보다는 미국이 지적한 부분들에 대해 한국이 완화하거나 보조적인 조치들을 보인다면, 협상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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