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1년 1개월에 접어든 의정갈등이 '의대생 복귀 여부'라는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는 이번 주 상황을 보며, 대응책을 고심할 예정이다. 미등록 휴학생이 불이익을 받을 경우 갈등은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
24일 의료계와 대학가에 따르면 연세대·연세대 미래(원주) 캠퍼스, 고려대, 경북대 의과대학과 차의과학대 의학전문대학원은 지난 21일로 학생의 등록 및 복학 신청 접수를 마감했다. 건양대 24일, 서울대·이화여대·부산대 27일 등 다른 의대의 데드라인도 줄줄이 예정돼 있다.
이 날짜는 전체 학사일정 4분의 1이 지나는 점으로 학칙에 따라 4분의 1 이상 수업을 듣지 않으면 F 학점을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이 누적되면 유급 또는 제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상당수 의대는 하루빨리 학생들이 돌아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세대와 고려대에 절반 정도의 의대생이 등록했다고 알려진 가운데, 의대 학장 등 의료계 스승들은 지금이 '골든타임'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한국의학교육협의회(의교협)는 지난 21일 "지금은 우리 교육과 의료 현장을 함께 지켜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의교협은 "내년에는 2024, 2025, 2026학번이 동시에 교육을 받아야 할, 전례 없는 상황"이라며 "세 개 학년 이상이 한꺼번에 정상적인 교육을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의대 학장 단체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또한 "학업의 자리로 복귀하기를 호소드린다"면서 "21일 마감하는 대학에서 등록과 복학에 유의미한 기류의 변화가 있으며 상당한 학생의 복귀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절반 복귀는 사실관계가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상태로 보인다. 연세의대 80∼85%, 고려의대 85%, 경북의대 85∼90%, 차의전 96∼97%의 학생이 등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한다"고 반박했다.
동네 병의원 의사들도 의대생 절반이 복귀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대한개원의협의회 춘계학술대회 기자회견 도중 연세대를 예로 들며 "840명 중 기존 수업을 듣던 60명을 제외하고 복귀 학생이 80명"이라고 말했다.
김 의사회장은 "등록한 후 입대를 위해 휴학하는 인원이 대부분이었다. 등록하지 않으면 입대가 불가능하기에 어쩔 수 없이 등록한 것"이라면서 "절반 이상이 복귀했다는 왜곡된 언론 보도들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첨언했다.
복귀 규모에 대해 '대학-의대학장' 그룹과 '선배 의사-의대생 그룹' 간 견해차가 큰 상황에서 학생들의 등록이 수업 정상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역시 미지수다. 앞서 교육부는 의대 입학정원을 증원 전인 3058명으로 되돌릴 전제 조건으로 '학생 전원 복귀'를 제시한 바 있다.

아울러 단순히 제적을 피하고자 최소 학점만 수강 신청한 뒤 수업에 나오지 않을 수도 있고, 끝내 미복귀한 학생에 대한 처분도 고민해야 한다. 정부와 의료계는 여러 조건과 상황을 감안해 내년도 의대 정원 규모, 제적 등의 대응 수단을 내놔야만 한다.
만약 유급 또는 제적으로 의대생이 불이익을 겪어야 한다면 의료계는 거세게 반발할 수 있고, 의정갈등은 또 다른 국면으로 바뀌게 된다. 제적 규모가 향후 의사 배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의대협은 소송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학생들이 제적된다면 투쟁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시위, 집회, 파업, 태업 등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고려대의료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학생들에게 유급이나 제적이 적용된다면 교수들도 교정에 교육자로 설 수 없다"고 단언했다.
개원의협의회 역시 단체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박근태 협의회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진지한 토의를 통해 어떻게 대응할지 신중히 결정하겠다"면서 "의대생 제적이 현실화한다면 단체행동의 동력이 생기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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