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이는 한 의대 교수의 호소다.
1년 2개월째 접어든 의정갈등으로 의학교육 시스템은 누더기, 폐허가 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수업의 질은 떨어질 수 있고 교수와 학생 '사제' 간 신뢰는 무너졌다는 한탄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의료정책연구원이 24일 오후 의협 회관에서 '의과대학 증원과 의학교육 문제'를 주제로 연 의료정책포럼 토론자들은 각자 이같이 밝혔다.
발제에 나선 이영미 고려대 의대 교수는 "의대를 졸업하면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의사로서 사회에 기여한다. 의대는 사회 요구와 변화를 민감하게 감지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갑작스러운 대규모 의대 증원으로 의학교육이 역행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규모 강의 중심의 일방적 교육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교육 시스템이 누더기, 폐허가 된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학생들이 교수들을 신뢰하지 않으며, 반목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역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의대생 증원보다 기존 전공의, 전문의의 여건을 개선하는 게 더 시급하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채희복 충북대병원·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발제자로서 25학번 입학생 교육을 지원하는 동시에 젊은 세대가 필수의료에 지원하지 않는 이유를 살펴볼 때라고 언급했다.
채희복 교수는 "충북의대는 의대 불인증 유예 판정을 받았다. 교수요원 확보, 시설 투자, 지역 2차 병원과 업무협약을 통한 임상실습 파견 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송 리스크가 의사로서의 헌신도 떨어뜨린다. 젊은 세대가 필수의료에 지원하지 않는 이유를 개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채 교수는 "MZ세대는 사랑하는 가족과 지속 가능한 가정을 꿈꾸고 있으며, 자기가 의사라는 이유로 자유가 침해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최근 미등록 휴학 의대생의 제적도 예고된 데 대해 복귀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강석훈 강원대 의대 교수는 "(현 상황은) 어른들이 책임을 져야 하지, 왜 무고한 학생들이 피해를 봐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강 교수는 "소중한 시간을 또 걸어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이제는 의대생이 아닌 의대 교수들이 그 짐을 짊어지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사태 핵심 당사자인 사직 전공의와 휴학 중인 의대생은 다른 의견을 전했다.

장재영 사직 전공의는 "정부 정책, 특히 지역 필수의료에 대해 후배들에게 추천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며 "학생들은 깊은 상실감에 빠져 있다. 해결하긴 힘들어 보인다"고 소개했다.
장 씨는 "누더기처럼 됐다"면서 "의학교육의 핵심은 임상 실습인데 현재 (증원된) 상태에서 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강기범 의협 정책이사(휴학생) 또한 "단순히 의대생 수를 늘리고 낙수효과로 늘어난 의사를 지역에 남게 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지역의료의 신뢰 하락으로 귀결될 뿐"이라고 말했다.
강기범 이사는 "AI 기술을 의학 교육에 도입해 의료인의 생산성을 늘리는 게 현재 의료계를 둘러싼 구조적 모순을 현실적으로 해결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정부의 구시대적 규제를 벗어나, 의료계가 먼저 규제를 혁파하고, 생산성을 높여 국민 부담도 경감하고 지역 주민의 불편도 덜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때"라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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