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미국 내 '한반도통'으로 꼽히는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으로 인한 리더십 공백 등 대내외적 여건 탓에 한미동맹이 위기를 맞았다고 27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차 석좌는 이날 한 팟캐스트에서 "누구도 명시적으로 얘기를 하지는 않지만 한미동맹은 이미 조용한 위기"라며 "에너지부에 의한 한국의 민감국가 지정, 관세, 고위급 대화 부재, 국방장관의 한국 패싱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 1월 초 한국을 민감국가 명단에 포함시킨 사실을 이달 14일 발표했다.
원자력·에너지·첨단기술 등을 다루는 미 에너지부는 궁극적인 목표로 미국의 안보·번영 보장을 추구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에너지부가 다루는 정보는 민감하게 다뤄지고, 일부 특허 정보에는 보안을 넘어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방어·방첩'의 개념이 적용될 수 있다. 민감국가로 지정되면 미국 정부로부터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정확한 원인을 밝히지 않았지만, 미국 에너지부와 계약한 직원이 한국으로 원자로 설계 관련 자료를 유출하려다 적발된 사실이 밝혀져 이 사건이 큰 부분을 차지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앞서 한국 외교부는 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 명단에 포함한 것에 대해 "외교 정책의 문제가 아닌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에 대한 보안 관련 문제로 파악됐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가 "기술 협력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한국의 민감국가 지정 사례가 1990년대 이후 한 번도 없었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 또한 이번 사건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차 석좌는 한국 대통령의 직무정지로 고위급 대화가 부재한 점,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한국을 제외하고 아시아 순방에 나선 점도 위기의 징후라고 봤다.
주한미군 역할조정론을 강하게 주장해온 앨브리지 콜비가 미 국방부 정책 담당 차관에 지명된 것도 한국 정부 입장에서 악재라고 분석했다.
차 석좌는 "이제 미국이 한국에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압박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차 석좌는 한국 국내 정세와 관련, "선거 없이는 무엇도 해결될 수 없다"며 윤 대통령이 탄핵되지 않으면 정세 안정도 어렵다고 전망했다.
그는 "법원이 윤 대통령의 복귀 결정을 내리면 위기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거리에서는 시위가 벌어질 것이고, 모든 정치적 에너지가 윤 대통령을 막는 데 쓰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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