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의 구속영장이 결국 법원 문턱을 넘지 못했다. 경찰은 네 번째 영장 신청 끝에 영장심의위원회까지 거쳐 법원 판단을 받았지만, 결과는 '기각'이었다.
김 차장의 신병이 확보되지 않으면서 '비화폰' 수사는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김 차장은 비상계엄 사태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비화폰 서버 압수수색을 막아온 인물이다.
서울서부지법은 21일 오후 김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허준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에 대해 피의자가 다투어 볼 여지가 있고, 지금 단계에서 구속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또 △수사기관이 제기한 증거 인멸 우려가 소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는 점 △주거가 일정한 점 △피의자의 나이와 경력, 가족 관계 등을 고려하면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도 들었다.
이는 검찰이 경찰의 구속영장을 반려해 온 사유와 비슷하다. 김 차장 측도 유사한 논리를 들어왔다.
앞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단장 우종수)은 서울서부지검에 김 차장과 이 본부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각각 세 차례, 두 차례 신청했으나 반려됐다. 검찰은 경찰이 구속영장 신청서에 기재한 범죄 사실과 각 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봤다. 해당 혐의 인정을 전제로 한 증거 인멸 우려도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이 경찰에 자진 출석했다는 점과 경호 업무 특성을 들어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국 경찰은 영장심의위를 신청해 6대 3으로 김 차장과 이 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적정하다는 결과를 받아 네 번째 영장을 신청했고, 검찰도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검찰 측은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경찰이 주도한 사건에 검사가 들어오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이번처럼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검찰이 적극 나섰어야 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이는 앞서 검찰이 세 차례에 걸쳐 영장을 반려해 온 것의 연장선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찰은 계엄 당시 주요 소통 수단으로 활용된 비화폰 서버와 관련해 증거인멸 우려를 제기하며 이에 대한 압수수색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세워왔다.
지난 4일 경찰 특수단 관계자는 "비화폰 서버 압수 영장을 발부받고 집행까지 하려고 했는데 결국 김 차장이 거부해서 집행을 못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에 따라 사실상 비화폰 서버 수사가 동력을 잃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경찰은 지난해 12월부터 경호처 내 비화폰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해 왔지만, 경호처는 형사소송법 110조·111조 등 '군사상 기밀, 공무상 기밀'을 이유로 대통령실 및 경호처 경내 진입을 막아왔다. 김 차장은 경찰의 압수수색 저지를 주도하고 있는 인물이다.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비롯해 민간인 신분이었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까지 경호처가 제공한 비화폰을 통해 소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김 차장은 법원에 출석하며 비화폰 서버 삭제 지시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는 "비화폰은 보안 업무 규정과 정보통신 업무 규정을 위해서 분실되거나 개봉되거나 제3자의 손에 들어갔을 경우 번호를 교체하거나 보안 조치를 반드시 하게 돼 있다"며 "규정에 따라서 보안 조치를 강구한 것일 뿐, 삭제 지시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경찰 특수단은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며, 기각 사유를 분석해 향후 수사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K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