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공공장소에서 강제로 스킨십하고 아내가 좋아한다고 착각하는 남편, 이혼 사유가 될까.
최근 이혼 전문 양나래 변호사 유튜브 채널에는 남편의 스킨십 때문에 고민이라는 제보가 올라왔다.
결혼 2년 차 30대 여성이라고 밝힌 A 씨는 "남편과 취미나 유머 코드 등 여러모로 다 잘 맞는다. 같이 노는 게 즐거운 친구 같은 관계인데 딱 하나 안 맞는 게 스킨십"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나도 남편과 스킨십하는 걸 좋아한다. 중요한 건 때와 장소"라며 "집에서 단둘이 있을 때 스킨십하고 붙어있는 건 좋다. 근데 남편은 그것보다 밖에서 사람들이 많을 때, 공개된 장소에서 몰래 하는 스킨십을 좋아한다"고 토로했다.
A 씨에 따르면, 남편은 에스컬레이터에 탔을 때 앞뒤로 서 있으면 엉덩이를 때린다거나 대중교통에서 잘 보이지 않는 구석에 앉으면 허벅지 안쪽을 만졌다. A 씨 역시 이 정도는 애교라고 생각해 심각성을 느끼지 못했다며 "연인 간 당연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큰 문제는 없어서 결혼까지 결심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결혼 이후 바깥에서 하는 남편의 스킨십 강도가 높아지면서다. A 씨는 "어두울 때도 아닌데 누구나 볼 수 있는 장소에서 자꾸 옷 안에 손을 넣는다"라며 "좁고 밀착된 엘리베이터에서는 앞에 보고 가던 사람이 잠깐 뒤 돌면 보일 텐데 수위 높은 스킨십을 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A 씨는 남편에게 "스킨십하는 건 좋지만 집에서만 했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이 보면 수치스러울 것 같다. 싫다고 하는데 강제로 하면 기분 나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수차례 얘기했다. 그러나 남편은 "뭘 또 부끄러워하냐. 좋으면 좋다고 해"라면서 아내의 말을 전혀 귀담아듣지 않았고 멋대로 오해했다.
A 씨는 "저녁에 치맥 하자고 나간 호프집에서도 사람들 많은데 남편이 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너무 화가 나서 정색하고 바로 집에 왔다"며 "내가 적극적으로 싫다고 표현했으니까 더는 안 할 줄 알았다"고 분노했다.
남편은 "부부 사이에 이런 장난도 안 받아주면 어떡하냐. 당신이 이런 걸 잘 받아줘야 부부 관계도 오래 잘 이어가고 관계가 좋은 거 아니겠냐"고 뻔뻔한 태도를 보였다.

참다못한 A 씨는 남편과 말이 안 통한다는 생각에 일주일 정도 대화하지 않고 냉전을 가졌다. 그러자 남편이 A 씨가 퇴근하는 시간에 맞춰서 회사 앞으로 찾아왔다고.
A 씨는 남편이 사과하러 온 줄 알고 분위기를 풀기 위해 "뭐 잘못했는지 생각 좀 해봤냐? 미안하지? 앞으로 그러지 말라"며 애교스럽게 이야기했다. 그때 남편이 갑자기 A 씨 손을 잡고 회사 비상계단으로 끌고 갔다고 한다.
A 씨가 깜짝 놀라 "왜 여기로 와? 집으로 가야지"라고 하자, 남편은 "사실 나 이런 데서 해보는 게 로망이었다"면서 격정적으로 달려들었다.
당시 상황에 대해 A 씨는 "다른 데도 아니고 우리 회사였다. 바깥에 퇴근하는 동료들이 많아 큰소리를 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라며 "근데 남편은 또 제가 좋은데 부끄러워하는 거라고 착각했다. 옷을 반쯤 강제로 벗기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누군가 계단으로 내려오면서 그 장면을 목격했다. 깜짝 놀라 비상구에서 나왔다. 그 사람이 내 얼굴을 봤을지 안 봤을지 확인은 안 되지만 일단 봤을 거란 생각에 엄청난 수치심이 들었다"라며 "남편이면 아내한테 마음대로 이럴 수가 있나 싶었다"고 속상해했다.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충격받은 A 씨 앞에서 남편은 철없는 고등학생처럼 "그래도 스릴 있어서 좋았지? 그 사람 못 봤을 걸. 당신도 좋았던 거 같은데? 소리도 못 내고 그러더라?"라며 착각했다.
A 씨는 "이제 남편이 꼴 보기 싫다는 생각까지 든다. 남편 스킨십이 너무 싫은데 부부 사이에는 무조건 참고 인내해야 하나"라며 "남편의 이런 행동이 이혼 사유가 되는지, 된다고 하면 어떤 방법으로 어떤 증거를 수집해야 하냐"고 조언을 구했다.
양나래 변호사는 "비상계단 일은 정말 충격이었을 것 같다. 아무리 부부 사이라고 해도 내가 원치 않는 행동을 남편이 억지로 한다면 그건 성범죄"라며 "싫다고 하는 데도 힘을 써서 강제로 만진다면 강제추행죄가 성립되고, 부부 사이여도 처벌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양 변호사는 "형사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고 당연히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라며 "'좋은데 부끄러워서 싫은 척하는 거잖아'라는 남편의 생각이 가장 잘못됐다. 남녀불문하고 상대방이 싫다고 하면 정말 싫은 거다. 좋으면 좋다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증거 수집 방법에 대해서는 "바깥에서 남편이 갑작스럽게 저지르는 행동이라서 매 순간 즉각적으로 녹화나 녹음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라며 "이런 경우 사후 증거 수집이 유용하다. 가령 그런 일이 있고 나서 다툴 때 녹음하는 거다. 이걸 충분히 증거로 활용해서 소송 진행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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