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뉴스1) 권혁준 기자 = 피치 클록(pitch clock)의 시간이 아직 남아있는데, 심판이 경기를 멈추고 투수에게 주의를 준다. 주의를 받은 투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는 지난 22일 5개 구장에서 열린 개막전으로 일제히 막을 올렸다.
올 시즌 프로야구의 가장 큰 변화는 피치 클록이다. 시범 운용됐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부터는 시간이 지연되면 투수는 볼, 타자는 스트라이크의 직접적인 '불이익'이 생기기 때문에,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투수는 주자가 없을 때 20초, 주자가 있을 때 25초 내로 공을 던져야 하며 타자는 33초 이내 타석에 들어서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룰이다.
그런데 22일 수원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KT 위즈전에선 다소 의아한 장면이 나왔다.
2회말 KT의 공격, 한화 선발 코디 폰세는 선두타자 문상철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주자가 나가면서 폰세의 피치 클록은 25초로 늘어났다.
폰세는 다음 타자 천성호에게 초구 볼을 던졌고, 2구를 던지기에 앞서 사인 교환을 마친 뒤 다소 오래 공을 쥐고 있었다.

그래도 피치 클록은 아직 2~3초의 여유가 남아있었는데, 박근영 구심이 갑작스레 손을 들고 경기를 멈췄다. 박 심판은 이후 폰세를 향해 시간 지연에 대한 주의를 줬다.
폰세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손으로 피치 클록을 가리키며 "아직 시간이 남아있지 않느냐"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그대로 경기는 이어졌고, 폰세는 다음 투구에서 정확한 멈춤 동작 없이 곧장 투구했다. 심판이 보크를 선언해 1루 주자 문상철이 2루로 향했다.
천성호의 내야 땅볼로 1사 3루가 됐고, 배정대에게 희생플라이를 허용하면서 폰세는 결국 2번째 실점을 내줬다. 심판에게 주의를 받은 것이 '스노볼'이 됐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심판이 규정을 잘못 적용한 부분은 없었다. 바로 피치 클록 세부 시행 세칙 때문이다.
세칙에 따르면 투수가 피치 클록 잔여 시간을 이용해 고의로 지연시킬 경우 심판이 주의 또는 경고 조치를 할 수 있다. 이는 피치 클록의 남은 시간과는 관계가 없으며, 주의나 경고를 받는 것은 피치 클록 위반으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해당 내용에 대해 "빠른 경기 진행을 유도하기 위한 '스피드업'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KBO는 △투수 피치 클록 위반 이후 타자의 타격 결과는 무효 △타석의 타자가 스윙 후 배트 스프레이를 사용하는 경우 타임 요청 횟수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내용 등이 포함된 세부 시행 세칙을 개막 하루 전인 21일 공표했다.
이는 시범경기 때 나온 의견을 바탕으로 KBO 심판위원장과 기록위원장, 10개 구단 감독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논의한 뒤 확정됐다. 모든 구단이 동의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개막 직전 세칙이 발표되면서 아직 선수 중엔 정확하게 해당 내용을 숙지하지 못한 이들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폰세의 경우가 그랬다.
폰세는 시범경기 때 9이닝 10탈삼진 무실점의 역투를 펼쳤지만, 이날 개막전에선 여러 차례 위기 끝에 5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3회초엔 피치 클록을 위반해 '1호 위반 사례'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폰세가 올 시즌 자신의 기량을 100% 발휘하기 위해선, 피치 클록 내용을 정확하게 숙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 보인다. 비단 폰세뿐이 아닌 다른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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