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포=뉴스1) 이시명 기자 = "여보. 그동안 고생 많았어요. 우리 하늘에서 다시 만나 행복하게 살아요. 사랑해요."
29일 오전 경기 김포 뉴고려병원 장례식장. 의성 산불 현장에서 헬기로 공중 진화 중 숨진 고 박현우 기장(73)의 아내 장광자(71)씨는 "남편은 '성실'의 아이콘으로 가족을 위해 일을 쉬지 않았다"며 "사고를 당한 날에도 평소와 같이 본인 루틴대로 조종을 준비 중이었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면서 장 씨는 입술을 파르르 떨며 "남편 회사 측으로부터 사망 소식을 들었을 때 딸과 함께 부둥켜안아 울며 거짓이길 바랐다"면서 "사명감 하나로 살아왔던 남편이었는데, 산불을 끄겠다는 투철한 직업정신으로 고이 세상을 떠났나 싶다"고 통곡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세 남매를 키워오느라 고생 많았을 텐데, 하늘에선 편히 쉬고 우리 다시 만나 행복하게 살자"라고 힘겹게 말을 이었다.
장 씨가 남편의 사고 소식을 들은 건 지난 26일 오후 1시쯤. 그는 박 기장이 소속된 헬기 임차업체 관계자로부터 "헬기가 추락하면서 남편분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자,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감정을 받았다고 한다.

지난 1978년 백년가약을 맺은 뒤로 박 기장은 매일 아내에게 "사랑한다" "별일 없었냐"는 둥 애정이 듬뿍 묻어나는 메시지나 전화를 했던 남편이었다.
장 씨는 "남편이 분재를 좋아해 출장 나갈 때마다 항상 사진을 찍어 보냈는데, 이제 사진을 보낼 사람이 없어졌다"고 흐느꼈다.

박 기장은 육군 3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육군항공대 소속 헬리콥터 기장으로 군복무를 마치고 헬기 임차업체에 취직했다.
박 기장은 국내에서 헬기가 필요한 석유 시추, 방재 작업, 산불 진화 작업에 투입되더라도 아내를 항상 생각했다. 이달 19일 아내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박 기장은 "사랑하고 소중한 아내,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란다"는 문자를 남겼다.
박 기장은 친척들에게도 자상한 어른이었다.
박 기장의 부고 소식을 들은 조카 박소이 씨(39)는 인도네시아에서 근무 중 비행기 티켓을 어렵게 구해 이날 국내로 입국했다.
박소이 씨는 "큰 아빠는 정말 듬직하고 자상한 어른이셨다"며 "항상 웃고 좋은 분이셨는데, 이렇게 돌아가시게 돼 안타까울 뿐이다"고 회상했다.

박 기장의 손자, 손녀도 그를 추모하는 편지를 남겼다.
손자 최 루빈 군(11)은 영어로 "내 할아버지가 돼주셔서 감사해요. 저를 지켜봐 주시고 항상 사랑해요"라는 손 편지를 남겼다.
손녀 박소율 양(8)은 헬리콥터 그림과 함께 "많이 보고 싶을 거예요. 할아버지는 우리들의 영웅이에요"라고 적었다.
박 기장은 이달 26일 낮 12시 51분 경북 의성 산불 현장에서 공중 진화 작업 중 헬기가 추락하면서 숨졌다.
그의 발인식은 29일 오전 11시 30분 경기 김포 뉴고려병원 장례식장에서 거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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