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서울의 한 여고에 재직 중인 남교사가 2일 "여자 하체가 싱싱한 20대 후반에 출산하라"는 발언을 해 공분을 산 가운데, 보도 이후 학생들에게 설문지를 돌려 2차 가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고의 생물 교사 A 씨 관련 제보를 받고 학생들을 대신해 공론화한 엑스(X·옛 트위터) 이용자 B 씨는 "오늘 A 씨가 학생들한테 이런 설문지를 돌렸다"며 사진 한 장을 공개했다.
해당 설문지는 학번과 이름을 적어 제출해야 하는 '기명' 설문지로, 주제는 '수업 내용에 관련된 세부 항목의 진위 판단 및 평가'다.
A 씨는 "수업에서 선생님이 말씀하신 3가지 항목에 대해 진실되게 하신 말씀을 골라 괄호 안에 ○표해달라"고 했다. 다시 말해 자신이 수업 시간에 실제로 어떻게 발언했는지 골라 체크해달라는 것이다.

첫 번째는 '여자의 인생은 아이를 낳지 않으면 가치가 없다' 또는 '여자의 인생은 소중하다. 특히 남자보다 여자의 자식에 대한 사랑은 자신의 몸에서 낳았기 때문에 훨씬 더 깊을 수 있다. 여자가 아이를 낳는다는 건 고귀하고 인생에서 참 가치 있는 일이다' 중 골라야 한다.
두 번째는 '몸이 싱싱한 20대 후반에 아이를 낳아야 한다' 또는 '몸이 가장 건강하고 생기 있을 때인 20대 후반에 아이를 낳는 것이 우수하고 건강한 자녀를 낳는 데 유리하며 산모도 건강하게 회복될 수 있다'였다.
마지막으로는 '자식을 낳지 않으면 나중에 혼자 방에서 쓸쓸하게 죽어가고 썩은 채로 발견될 것' 또는 '일본에서는 최근 독신들이 고독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들의 시신은 확인이 안 되는 상태에서 썩은 냄새가 나서 동네 주민들이 집에 들어가 확인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되면 안 된다. 자녀를 낳아서 사랑을 담아 정성스럽게 소중히 키우고 나중에 죽을 때 내 분신 같은 자식의 손을 쥐고 기꺼이 편안하게 세상을 뜨는 게 가치롭다' 였다.
하단에는 '생식과 유전 수업 전체 내용을 듣고 느끼는 평가'와 '수업하신 선생님께 드리는 말씀'을 적을 수 있는 칸도 있었다.
학생들은 이 같은 양자택일 질문에서 전자의 발언을 들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반면 A 씨는 자신의 발언은 후자와 같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B 씨는 "본인이 한 말을 정당화하려고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이런 식으로 2차 가해해도 되는 거냐"며 "학생들은 바뀌지 않는 현실에 화가 난다더라"라고 전했다.
한 재학생은 "A 교사 정상 출근했다. 2학년한테는 사과 아닌 사과랍시고 이런저런 말씀 하셨는데, 정작 3학년 수업에서는 엄중한 처벌을 논하시면서 오히려 (성희롱) 피해 본 학생들이 (불편해하는 게) 문제라는 식"이라고 분노했다.
또 다른 재학생은 "A 교사가 기사를 보고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하는지 자신을 옹호하는 4050 남성이 쓴 댓글을 수업 시간에 읽어줬다"며 "어떤 한 학생이 자신에게 요구르트 주면서 힘내라고 했다는데, 그 후로 자신을 이해하는 여학생이 대부분이라고도 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29일 엑스에는 A 씨의 수업 녹취록이 올라와 빠르게 퍼졌다. 녹취록에 따르면 A 씨는 수업 중 "여자의 하체가 가장 왕성하고 튼튼하고 성숙했을 때 아이를 낳아야 한다"면서 "독신으로 살겠다는 마인드 가진 사람들은 정신 차려라"라는 발언을 했다.
이후 재학생들은 해당 사건에 대해 관심을 촉구하는 동시에 누리꾼들과 함께 서울시교육청에 계속해서 항의 민원을 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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