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의성=뉴스1) 남승렬 공정식 기자 = "소나무가 다 타면 앞으로 송이버섯 작황은 어쩌니껴. 뒷산에 자라는 자연산 송이가 가계 소득에 쏠쏠한 도움을 줬는데…."
의성과 안동 등 경북 북부권을 휩쓰는 화마로 임산물과 농산물 작황에 큰 피해가 예상돼 주민들이 울상 짓고 있다.
의성 대형 산불의 화마가 안동까지 뻗친 25일 오전 길안면 백자리 잦나무골 주민 이영희 씨(65)는 마을 뒷산으로 번진 불길을 보고 발을 동동 굴렀다.
그는 "소나무가 다 타버려 송이 농사 망치게 생겼다"며 급기야 직접 농약 살포기에 물을 싣고 다니면서 산 아랫부분에 연신 물을 뿌려대며 산불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백자리는 50가구 100여명 중 3분의 2가량이 자연산 송이로 연간 억대의 부수입을 얻고 있는데, 이번 산불로 앞으로 송이 작황에 차질을 빚게 됐다고 한다.
이 씨는 "산이고, 소나무고, 모두 다 탔다"며 "산불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보다는 소나무가 전부 타버려 앞으로 송이 생육에 문제가 되는 것이 더 큰 피해"라고 했다.
앞서 최근 몇 년 동안에도 경북 북부지역 대형 산불은 임산물 재배에 큰 타격을 줘 이재민들의 시름을 더 깊게 했다
2022년 울진 대형 산불로 인해 이 지역 가을철 대표 임산물인 '금강송 송이'가 사라질 정도로 막대한 피해를 냈다.
소나무 숲 소실로 불이 난 지 3년이 지난 지금도 울진의 송이 생산은 여전히 차질을 빚고 있다. 산불 직전인 2021년 12톤이던 생산량은 지난해 6.9톤으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2023~2024년 봉화와 영덕 등에서도 산불이 발생해 이 지역 송이 농가는 큰 타격을 입었다.
주 소득원이 과수 농사인 백자리 주민들은 일 년 농사를 위해 이른 봄 과수에 약을 치고 소독하는 시기에 산불이 나 더 큰 피해가 예상된다.
주민들은 "산불을 끄느라 마을에 소방차와 진화 장비가 들어온 데다 주민들 스스로 집과 밭을 지키느라 과수에 약을 치고 소독할 시간은 엄두도 못 낸다"고 토로했다.
마늘이 주 수입원인 의성지역 농민들도 이번 산불로 막대한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한 주민은 "하늘도 정말 무심하다"며 "비가 오길 바라며 하늘만 쳐다볼 수 없는 현실이 참담하다"고 한탄했다.

pdnams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