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뉴스1) 공정식 기자 = "가슴이 답답하네요. 미어집니다."
28일 오후 경북 의성군 안평면 석탑리 한 야산. 8년째 양봉을 해오던 이삼병(69)씨가 산불로 폐허가 된 농막에서 삶의 터전을 잃고 절망했다.
농막은 폐허로 변했고, 산 중턱에 있던 벌통은 이미 화마가 할퀴어 심하게 훼손된 상태.
저온창고와 원두막을 비롯해 양봉 원자재와 벌통 등 시설이 불에 타고, 꿀벌 80만 마리가 들어있던 벌통 40개(한 통당 약 2만 마리)가 훼손돼 약 1억 원의 손해를 입었다.
지난 22일 안평면 괴산리 야산에서 성묘객 실화로 시작된 산불은 이씨의 농막까지 약 2시간 만에 번졌다.
산불 소식을 듣고 야산 입구로 달려왔을 때 이미 불이 붙어 소방관들이 출입을 통제했다. 불이 지나가고 저녁이 되고서야 처참한 현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씨는 정년퇴직 후 구미에서 농업에 종사했다. 그러던 중 8년 전 양봉에 입문해 의성에서 꿀벌과 함께 새로운 노후를 설계했다.
약 2년간 소량의 꿀벌을 관리하며 꿀을 모았다. 2년 뒤에는 의성군 안평면에 양봉업 등록을 하고, 소득에 보탬이 되기 시작했다.
그는 구미에서 의성까지 매일 출퇴근하다시피 꿀벌처럼 부지런히 일했다고 한다.
애정을 갖고 공부하며 부지런히 꿀벌과 산을 관리한 결과, 벌통은 150통까지 늘었다. 하지만 예순 넘은 나이에 일이 힘들어 규모를 줄였다.
꿀벌과 함께 노후를 설계하며 살아온 이씨는 이제 양봉을 포기할 위기에 놓였다. 어디서 보상을 받을 길도 없고, 당장 불에 탄 폐기물 처리에만 수백만 원이 들어갈 정도다.
이씨는 "아카시아, 유채, 찔레 등 야산에 지천으로 피었던 꽃이 언제 다시 필지 모르고, 이 자리에서 다시 양봉이 가능할 것 같지 않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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