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과 함께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기조하에 공격적인 관세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오히려 미국 국익에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맥스 요엘리 미국·미주 프로그램 선임연구원은 26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그의 정책 의제를 약화시키고 미국 경제 기반을 흔들고 있다'는 제하 글을 올렸다.
오엘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통해) 수조 달러의 세수 증가와 전례 없는 일자리 창출이 발생하는 만큼 약간의 혼란은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관세 정책이 그의 공약과 관점을 정면으로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먼저 트럼프가 대선 기간 물가 인하와 제조업 부활을 약속했지만 관세가 물가 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고,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30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며 무역 정책의 불확실성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높아지면서 미국 정책이 주요 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를 언급하며 새롭고 더욱 포괄적인 관세는 8만 명이 종사하는 미국 철강 산업엔 호재가 될 수 있겠지만 철강 및 알루미늄을 사용하는 산업에 종사하는 1200만 명의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엘리는 또 표적관세(Targeted tariffs)가 미국의 전략산업을 지원할 수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강압적인(heavy-handed) 접근 방식은 오히려 미래 경제 주도권을 위해 중요한 필수 분야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인공지능(AI)과 관련해 트럼프는 미국을 'AI 초강대국'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민간 부문 투자를 환영하고 있지만 관세로 인해 데이터센터 건설 비용이 증가하고 장비 부족이 심화되면서 오히려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도체에 관세가 부과되거나 반도체 보조금이 철회될 경우 TSMC의 대미 투자 확대에도 불구하고 혁신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가 조선업을 부활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철강에 대한 관세는 조선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엘리는 트럼프의 관세 남발은 미국의 국제적 영향력 약화로 이어져 경제력과 안보에도 피해를 주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전통적인 파트너들이 미국의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유럽연합(EU)이 남미공동시장(MERCOSUR·메르코수르) 및 멕시코와 무역협정 체결, 영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등을 언급하며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무역 파트너 간 협력은 양자무역을 넘어 경제 안보에 필수라며 미국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무역 관계가 위축되면 미국의 지경학적(geo-economic) 도구와 힘이 약화돼 취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무역 신뢰도가 낮아지면 수출 통제나 제재 등에도 영향을 미쳐 중국의 첨단 반도체를 막기 위한 국제적 협력도 흔들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엘리는 "동맹국, 파트너, 경쟁국을 가리지 않고 무질서하고 최대한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은 미국이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수적인 경제력 소진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가장 큰 위험은 단기적인 전술적 성과를 좇다가, 미국의 글로벌 경제 리더십 기반 자체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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