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모든 교역국에 기본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국가별로 최대 50%까지 관세율을 높이는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s)를 매기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앞선 중국 등 일부 국가에 대한 전면 관세와 모든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에 이은 이번 상호관세 발표로 전 세계를 상대로 한 무역전쟁을 개시하면서 트럼프발 무역전쟁은 글로벌 통상전쟁으로 전면적인 확대가 불가피해졌다.
각국의 대응과 보복이 이어지면 세계 경제가 극도의 불확실성 속으로 빠져들면서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도 높아질 전망이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에서 겨우 벗어나려는 세계 경제의 활력을 무력화할 것이라며, 전문가들의 관련 평가를 전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인 피치(Fitch)의 미국 경제 연구 책임자인 올루 소놀라는 트럼프가 부과한 새로운 글로벌 관세 부과에 따라 미국의 모든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이 2024년 2.5%에서 1910년 이후로 가장 높은 22%로 급등했다고 분석했다.
이날 트럼프는 한국 25%를 비롯해, 중국 34%, 일본 24%, 유럽연합(EU) 20%, 베트남 46%, 인도 26% 등 주요 교역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오는 9일 0시 1분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높아진 관세율은 수입 업체가 초기 비용을 부담하지만, 관세로 인한 타격을 줄이려는 기업들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부담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이는 소비 위축을 불러오고 결국 물가는 오르면서 경기는 침체하는 스태그플레이션까지 유발할 수 있다고 많은 경제전문가는 지적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미 지난달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미국의 무역전쟁과 이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인해 2025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3.3%에서 3.1%로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2.4%→2.2%로 조정됐고, 한국은 2.1%→1.5%로 0.6%p 대폭 하향했다. EU 국가 중 독일은 0.7%→0.4%, 프랑스는 0.9%→0.8%로, 인도는 6.9%→6.5%로 조정됐는데 이번 상호관세율과 추후 협상 과정에 따라 성장률도 재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소놀라는 "이는 미국 경제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 있어서도 판도를 바꾸는 사건"이라면서 "많은 나라들이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라고 우려했다.
프랑스의 유명 경영대학원인 인시아드(INSEAD) 거시경제학자 안토니오 파타스는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가 악화할 것"이라며 "불확실성이 커지고,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관세로 인한 경기 위축은 각국 중앙은행과 정부 정책 입안자들에게 금리인하 압력을 높일 수 있고, 이는 간신히 목표치인 2% 수준으로 잠재운 물가를 다시 들썩이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번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를 앞세운 보호무역주의가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때(2017~2021년)와는 다른 경제상황에서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한다.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여한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위원은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와 관련, 최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1기 때는 세금감면, 규제완화가 먼저 진행되고, 경제가 활성화될 분위기가 조성된 후 관세를 부과했다"면서 "이번 2기 때는 세금감면과 규제완화는 늦어지고, 관세부터 먼저 부과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라고 지적했다.
미국 현지 언론과 경제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가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1930년대 '스무트-홀리(Smoot-Hawley) 관세법' 당시와 유사하다고 본다.
1929년 보호무역주의자인 리드 스무트 상원의원과 월리스 홀리 하원의원이 미국 경제를 보호하겠다며 발의한 스무트-홀리 관세법은 글로벌 무역 기반을 흔들며 대공황을 악화시켰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가 스무트-홀리 관세법과 유사하다며, 보호무역주의 지속은 기업 투자 위축, 소비 둔화, 주식시장 불안정 등의 부정적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번 상호관세에 대응해 EU 등이 보복 조치를 준비하고 있어 각국 대응 수위에도 관심이 쏠린다. 보복관세로 인해 글로벌 무역전쟁이 격화할 경우 세계 경제는 공급망 붕괴로 인플레이션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
유럽의회 최대 정당인 유럽국민당(EPP)의 국제무역대변인은 오르겐 와르본은 "친구가 깡패처럼 행동할 때 침착함을 유지하기란 어렵다"며 "이 조치는 수 세기 동안 유지되어 온 대서양 관계에 타격을 주는 일로 우리는 무역 역사상 중대한 전환점에 있으며 지금이야말로 유럽연합이 단결된 방식으로 대응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 경제학과 교수인 배리 아이켄그린은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은 미국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면서 "미국 경제는 무역과 자본 흐름을 통해 세계와 너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세계가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ryupd0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