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2025시즌 프로야구가 화려하게 막을 올렸다. 개막 2연전이 열린 3월 22~23일 10경기에 무려 21만9900명의 관중이 몰렸다. 초반부터 뜨거운 흥행 돌풍이 이어지면서 2년 연속 1000만 관중 돌파의 꿈도 커지고 있다.
다만, 관중을 즐겁게 해줘야 할 선수들의 성장 속도는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징성이 큰 개막전 선발투수로 10개 구단 모두 외국인 카드를 꺼내들면서 논란에 불을 붙였다.
전통적으로 개막전 선발은 팀 내 최고의 투수에게 주어지는 영광이다. 과거에는 팀을 대표하는 토종 에이스들이 개막 첫 경기에 마운드에 올라 자존심 싸움을 벌였다.
그러나 국내 선수들의 성장세가 더디고, 팀별로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면서 흐름이 조금씩 변했다.
2020년대 들어 국내 투수가 개막전에 선발 등판하는 횟수는 점점 줄었다. 최근 3년으로 범위를 좁히면 2022년 3명(한화 김민우·KIA 양현종·키움 안우진), 2023년 2명(SSG 김광현·키움 안우진), 2024년 2명(SSG 김광현·한화 류현진)으로 겨우 명맥을 이었다.
그러다 올해는 2017년 이후 8년 만이자 역대 두 번째로 개막전 선발투수 10명 전원이 외국인 선수로 채워졌다. 흐름상 일정 부분 예견된 일이기도 하지만, 외인에게 개막전 선발 자리를 '빼앗긴' 국내 선수들의 속이 편할 리 없다.
SSG를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 김광현(37)은 "외국인 선수들이 모두 개막전을 맡는다는 것은 국내 선수로서는 조금 창피한 일이다. 자존심이 상한다"고 말했다.
김광현은 과거 개막전 선발로 5차례 등판한 선수다. 최근까지도 2년 연속 첫 번째 투수로 개막전에 나섰으나, 올해는 미국 출신 드류 앤더슨(31)이 1선발을 꿰찼다. 이런 맥락상 김광현의 발언은 자기 반성이자 자책성으로 읽힌다.

김광현은 또 "개막전 선발이 가장 떨리지만, 그래도 팀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 선수라면 자청해서 경험을 쌓아야 실력이 는다. 그래야 국제대회에서도 중요한 경기에 선발을 나설 수 있다"며 젊은 투수들의 분발을 촉구하기도 했다.
◇ "개막전은 가장 믿을 만한 카드여야"…감독의 고충
그렇더라도 선발을 비롯한 선수 기용은 감독의 몫이다. 에이스의 상징인 개막전 선발 투수로 토종 선수를 기용하면 관중들에겐 최상의 서비스이고, 해당 선수에겐 자부심을 팍팍 심어줄 카드라는 사실을 감독들 또한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러나 1~2승 차이로 정규시즌 성적이 판가름 나는 경우가 종종 생기면서 감독들이 실리를 따지는 경우가 늘었다. 상징성보다는 구위, 컨디션, 데이터를 먼저 따지다 보니 자연스레 외국인 카드를 집게 된다.
A 감독은 "상징적으로 개막전에는 국내 투수를 선발로 쓰는 것이 좋다는 생각에 충분히 동의한다. 그러나 감독 자리에 있으면 현실적인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승리를 위해선 기량이 출중하고 이력이 검증된 외국인 선수를 쓸 수밖에 없다. 1선발을 맡을 만한 국내 투수가 부족한 것도 현실"이라고 고백했다.
승리를 위해 기량이 좋은 선수를 써야 한다는 것에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개막전에 유망주를 썼다가 큰 점수 차로 지기라도 하면 여론이 들끓을 수도 있다. 감독 입장도 충분히 이해는 된다.

◇ 원태인·곽빈·손주영…알 깨고 나온 젊은 투수 성장 기대
그래도 전망이 마냥 어둡지만은 않다. 현재 국내에는 떡잎부터 될성 부른 젊은 선수들이 많다.
손주영(LG)은 개막 이튿날인 23일 롯데전에 선발로 타서 7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빼어난 투구를 했다. LG 염경엽 감독은 손주영을 내년 개막전 선발로 키워보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지난해 공동 다승왕(15승) 원태인(삼성)과 곽빈(두산)도 있다. 이들은 김광현이 개막전 선발로 나서줘야 할 선수들로 직접 언급한 자원이다. 지난해 성적으로 최고 반열에 올랐지만, 올해는 경미한 부상으로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개막을 앞두고 부상 관리를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지적을 피하긴 어렵다. 그러나 복귀 후 작년과 같은 모습을 시즌 내내 보여준다면, 내년 개막전 선발을 구상하는 감독의 머릿속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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