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산불 발생이 전국으로 확산하고, 피해 규모도 커지고 있다. 봄철·가을철에 국한됐던 산불 조심 기간도 사실상 무력화되는 양상이다. 최근 연구 결과, 지구 온난화 등 기후변화로 인해 한반도 대부분 지역이 연중 산불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학계와 산림청 등에 따르면 산림보호법상 봄철 산불 조심 기간(2월 1일~5월 15일)과 가을철(11월 1일~12월 15일) 외에도 산불 발생은 지속해서 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과 안동대, 충청도립대 연구진의 '기후변화에 따른 산불 조심 기간의 재설정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과거 60년간의 산불 기상지수(FWI)는 기존보다 장기화·상시화 추세를 보인다. 기온 상승과 식물 수분 감소, 연료량 변화 등으로 산불 위험이 계절을 가리지 않게 됐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30년간 산불 발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산불 조심 기간이 종료된 이후인 5월 15일~6월 30일 산불 발생 건수는 과거 평균 대비 1.59배 증가했다. 가을철 종료 이후인 12월 15일~1월 31일 산불도 1.3~1.57배 높은 수준으로 발생했다. 봄철 산불 위험 구간도 과거보다 늘어나 3월 말~6월 중순까지 산불 기상지수가 봄철 평균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배경에는 지구 온난화가 있다. 기후변화 시나리오(HAPPI)에 따르면, 지표면 온도가 1.5~2도 상승할 경우 산불 기상지수는 최대 13.5%까지 높아진다. 국립산림과학원은 "기후변화가 산불 발생 조건인 고온·건조 환경을 더욱 빈번하게 만든다"며 "산불 조심 기간의 재설정과 전국적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발생하는 산불의 규모도 점차 대형화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대형산불의 증가, 진단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최근 10년(2010~2020년)간 한반도는 평균기온 상승과 강수량 감소가 지속되며, 산불 피해 건수와 면적이 모두 증가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특히 피해 면적 100ha 이상의 '대형산불'은 과거 '4월의 강원도'에 집중됐지만, 최근에는 경북과 경남, 충남, 전남 등 전국화 양상을 보인다. 대형산불이 계절과 지역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것이다.
산불 피해 규모도 대폭 늘었다. 2013년 약 250억 원 수준이던 피해액은 2022년 1조 3463억 원으로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산불 예방을 위한 법·제도적 개선도 함께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연구진은 "1990년대 전체 산불 가운데 산불 조심 기간 외 발생은 15.3%였지만, 2010년대 들어 29%까지 증가했다"며 "장기화하는 산불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산불 조심 기간을 탄력적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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