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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사건 당사자가 자신이 신고하지 않은 사건에서 허위 진술을 했더라도 무고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무고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1일 밝혔다.
A 씨는 2022년 7월 27일 오후 4시 30분쯤 B 씨로부터 유사강간 피해를 당한 적이 없는데도 B 씨가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경찰 조사에서 허위 진술을 해 무고한 혐의를 받았다.
형법상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해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경우 성립하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법원에 따르면 A 씨는 인스타그램 DM을 통해 알게 된 B 씨와 2022년 7월 23일 술을 마셨다. 1차는 B 씨가, 2차는 A 씨가 각각 계산했다.
이후 A 씨는 B 씨와 함께 모텔까지 걸어갔는데, 모텔비를 내 달라는 B 씨에게 화가 나 "지금 장난하냐, 내가 2차 술값 내지 않았냐"며 뺨을 때리고 멱살을 잡아 흔들다가 "네가 내 거기도 만졌잖아"라고 말했다.
이를 들은 B 씨가 "폭행을 당하고 있는데 뿌리칠 수 없다. 도와달라"며 112 신고를 해 경찰이 모텔 로비로 출동했다.
A 씨는 경찰에게 "B 씨에게 유사강간을 당했다"며 피해 신고를 하고 진술서를 제출했다. 이후 경찰 조사에서도 같은 내용으로 진술했다.
1심은 A 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지만, 2심은 "피고인이 수사기관에 허위사실을 '신고'한 자에 해당하는지 의문이 든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112 신고를 한 것이 A 씨가 아닌 B 씨이고, 진술서는 A 씨의 자발적 의사가 아닌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수사기관 요청으로 작성됐을 가능성이 높으며, 경찰 조사에서의 진술 역시 신문에 대한 답변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또한 "상대방이 신고한 경우를 마치 당사자가 신고한 것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무고죄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장해 과도한 처벌이 이뤄질 수도 있으므로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도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무고죄의 신고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했다.
대법원은 먼저 "무고죄는 당국의 추문(캐물음)을 받지 않고 자진해서 타인이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원에게 허위사실을 신고함으로써 성립한다"고 전제했다.
또한 "수사기관 요청에 의한 단순한 정보 제공은 무고죄의 신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도 "수사관을 만나 범죄혐의를 인정할 수 있는 사실을 말하고, 진술조서를 작성하면서 처벌을 요구하는 진술을 했다면, 자진해서 타인이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수사기관에 대하여 허위사실을 신고한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A 씨의 경우 수사기관에서 줄곧 'B 씨에게 유사강간을 당했다'고 진술하면서 모바일 메신저 대화 내용, 의사 소견서 등의 증거를 제출하거나, 경찰관들이 증거를 수집하지 않았다고 항의하는 등의 행동을 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위와 같은 일련의 행위 및 과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피고인의 경찰관 출동 당시 최초 진술행위, 이어진 수사기관에서의 진술행위는 형법 156조에서 정한 '신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