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12·3 비상계엄 이후 한중 외교장관이 일본에서 처음으로 대면했다. 최근 한중간 상호 무비자 입국 도입에 따른 인적 교류가 확대되고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해제 기류 등 훈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는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균형 있는 외교를 펼치겠단 의지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21일 오후 도쿄에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 50분간 양자 회담을 갖고 11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시진핑 주석의 방한과 한반도 정세, 문화 교류 복원 등을 논의했다.
이번 만남은 한중 외교장관이 12·3 비상계엄 이후 처음으로 대면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양측은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계기에 시진핑 주석의 방한이 이뤄져 양국관계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어 나가는 데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 이는 시 주석이 2014년 7월 이후 11년 만에 방한할 가능성에 진전 있는 논의가 이뤄졌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해제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양측은 인적교류를 포함한 각 분야에서의 교류를 활성화해 나가는 가운데, 한중간 문화 교류 복원이 양 국민 간 상호이해를 제고하고 양국 간 실질 협력을 한 차원 더 발전시켜나가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실제 시 주석은 지난달 초 방중한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 '한중관계의 안정적 관리'의 필요성을 언급했고, 봉준호 감독의 영화 '미키17'가 중국 전역에서 개봉하기도 했다.
중국이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PMZ)에 설치한 철골 구조물에 대해선 소통을 지속하기로 했다.
조 장관은 "서해에서 중국의 활동으로 인해 우리의 정당하고 합법적 해양권익이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자, 왕 부장은 "해양권익에 대한 상호존중이 중요하다는 인식 아래 이 문제에 대해 소통을 지속해 나가자"라고 했다.
조 장관과 왕이 부장간 회동은 한중이 최근 관계 개선 모멘텀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 중국이 지난해 11월 한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일시적 비자 면제를 허용하자, 우리 정부는 중국 단체 관광객에 대한 한시 비자 면제를 오는 3분기 중으로 시행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조 장관은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견제 동참 압박에도 우리 정부는 균형 외교를 펼치겠단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조 장관은 21일 공개된 아사히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중이 균형 잡힌 외교를 펼쳐야 하며 한중일 협력은 미중간 패권 경쟁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기제'라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달 독일 뮌헨에서 개최된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의 결과물로 발표된 공동성명은 미국의 요구로 '대만' 문제가 언급됐었다.
당시 한미일 3국은 공동성명에는 '대만의 적절한(appropriate) 국제기구에 의미 있는 참여를 지지한다'라는 문안이 포함됐는데, 우리 측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근거로 반발할 중국을 의식해 '적절한'이란 문구를 넣을 것을 미국 측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일 공동성명 발표 후 조 장관은 "우리는 미국과의 강력한 동맹을 계속 업그레이드하면서 중국과의 관계를 계속 개선할 수는 있다는 메시지를 중국과 미국의 동료들을 마주할 때 분명히 발신하고 있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는 정부가 한미 관계에 치우치지 않고 한중 관계도 균형 있게 가져갈 것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yoong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