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올해까지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을 마무리해야 하는 북한이 이를 완수하기 전까지는 미국과의 대화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11일 제기된다. 북한은 트럼프 1기 당시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직후 북미 정상회담에 나온 바 있는데, 이번에는 5개년 계획의 종결이 협상의 '카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정은 당 총비서는 지난 2021년 당 제8차 대회에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며 '핵심 5대 과업'을 제시했다. 이는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초대형 핵 탄두 생산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핵 잠수함 및 수중 핵 전략무기 개발 △군 정찰위성 개발 등이다.
올해까지 해당 계획들이 마무리돼야 하는 셈인데, 아직까지 남은 과업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우선 극초음속 미사일은 이미 북한이 수차례 발사를 한 만큼 이미 상당 수준 완성 단계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북한은 지난해 7월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두 발을 발사했는데, 우리 군은 북한의 핵 탄두 장착 기술이 어느 정도 확보된 것으로 평가했다.
고체연료 ICBM은 2023년 2월 건군절 75주년 열병식에서 처음 등장한 이후 지난해 10월에도 화성-19형이 발사되는 등 꾸준히 개발되고 있다. 다만, 지상기반 ICBM과 달리 수중기반 ICBM의 경우에는 아직 미진한 부분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핵 잠수함과 군 정찰위성이다. 북한은 아직까지 핵 잠수함을 선보인 적이 없다. 또한, 북한은 2023년 11월 첫 정찰위성 발사에 겨우 성공한 이후 지난해 3기를 추가 발사하겠다고 밝혔지만, 5월 발사에 실패한 이후로는 현재까지 더 이상의 발사 시도를 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북한이 5대 과업의 완수를 선언하기 전에 북미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정은 총비서가 5년 전 공언한 정책의 '성공'을 통해 미국에 대응할 수 있는 군사력이 확보됐다는 내부적 '결심'이 있어야 협상 테이블에 나설 명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과거에도 대대적 협상을 앞두고 자신들의 국방력, 특히 핵 전력을 과시해 왔다. 지난 2017년 11월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뒤 곧바로 미국과의 협상에 나섰던 것이 그 사례다.
최근에도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속적인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이에 직접적으로 반응하지 않으며 자신들의 핵 능력만을 강조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8일 북한은 "우리의 핵은 흥정용이 아니다"라면서 비핵화 협상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표명했다. 같은 날 김정은 총비서는 건군절 연설에서 미국을 겨냥해 "핵 무력을 더욱 고도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현재 북한은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의 5대 과업의 마지막 단계를 완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북미 협상 재개를 염두에 두고 자신들의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소기의 군사적 성과가 있을 때마다 이를 과시하는 행보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의 북핵수석대표 출신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간사 김건 국민의힘 의원은 "트럼프 1기 때 김정은은 핵 자신감을 바탕으로 북미 대화에 나섰다"면서 "올해는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의 마지막 해인 만큼 북한은 우선 이를 완수하고 미국과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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