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핵 군축에 러시아 끌어들였다…'핵 군축 다자 협상' 추진

"향후 북미 대화, 세계적 핵 군축 흐름 속에서 진행 예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5.03.18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5.03.18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큰 틀에서의 '핵 군축'에 공감대를 나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구상에 중국도 참여시킬 의사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향후 북한과의 핵 협상이 북미 양자 협상이 아닌 다자간 핵 군축 협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19일 제기된다.

미국 백악관은 1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전화 통화를 통해 전략적 무기의 확산을 중단시킬 필요성을 논의했으며, 이를 위해 다른 국가들과 광범위하게 협력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식 비핵화 구상, 북한만 향하지 않는다…'글로벌 핵 군축' 추진

이번 통화가 '글로벌 안보와 핵 비확산 문제에 대한 협력 구축'을 위해 이뤄졌다는 크렘린궁의 언급을 보면, 양국 정상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의 흐름을 타 핵 군축을 '글로벌 안보' 문제로 다루겠다는 접점을 찾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포함해 세계 3대 핵탄두 보유국인 러시아와 중국을 핵 군축 구상에 끌어들이고 있다. 지난 1월 취임 직후에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화상연설에서 집권 1기 때 푸틴 대통령과 이미 핵 군축 논의를 했다고 밝힌 데 이어 지난 13일(현지시간)에도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의 회동 후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핵무기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면서 "그 수를 줄일 수 있다면 큰 성과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안보 비용을 줄이겠다는 의지가 강한 트럼프 대통령은 '핵 군축'을 앞으로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안보 및 외교 정책의 주요 과제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핵 무장에서 비롯되는 막대한 안보·경제적 비용이 미국에 부담이 된다는 판단하에 가장 많은 핵무기를 보유한 두 나라를 먼저 끌어들인 것이다.

러시아는 일단 트럼프의 제안에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국력 낭비도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전 종전 이후 국력 회복에 집중해야 할 러시아의 입장에서 세계 최강대국이자 경쟁자인 미국이 핵 군축에 나서겠다는 것을 말릴 이유가 없다.

본문 이미지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News1 DB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News1 DB

북한과도 '핵 군축' 논의 전개 예상…피할 이유 없는 北

백악관이 전략적 무기의 확산 중단을 위해 다른 국가들과 광범위하게 협력하겠다고 밝힌 것은 중국뿐 아니라 북한을 겨냥한 입장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로 칭하면서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 한 상태다.

이를 두고 집권 1기 때 일괄 타결 방식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기 때는 북한과 '스몰 딜'을 앞세운 '핵 군축' 협상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도화된 북한의 핵 전력을 전면 폐기하는 것은 어렵다는 현실적인 판단 아래,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을 제거하는 선에서 합의를 보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됐다.

관건은 핵 능력 고도화를 통해 협상력을 높이는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나오게 할 전략이 무엇인지였다. 북한은 러시아와의 밀착을 강화한 이후 중국과도 거리를 두고 미국과의 대화에도 큰 관심이 없다는 듯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전 종전 협상을 계기로 러시아, 중국과의 핵 군축 협상에 본격 시동을 거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을 두고 전문가들은 미국이 북한을 다자간 협상의 틀로 유도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러시아를 먼저 움직이고 중국의 관심도 얻는다면, 북한도 저절로 따라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구상이라는 뜻이다.

'비핵화'에 반대하는 북한 입장에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는 판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핵 강국과 나란히 협상 테이블에 앉음으로서 북한이 가장 원하는 핵 보유국 지위를 공고화 할 수 있고, 다자간 협상을 통해 지난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때처럼 예상치 못한 결렬에 따른 '망신'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북한은 계속해서 자신들의 핵전력을 과시하며 핵무기 개발 노선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 17일에도 북한은 자신들의 핵보유국 지위는 '그 누구의 인정 여부'에 따라 달라지지 않으며, 핵 무력을 '영존'(영원히 이어갈 것)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트럼프식 비핵화 제안은 그동안 미국이 전통적으로 보여온 핵 문제 접근법과는 큰 차이가 있다"면서 "트럼프는 전 세계적인 핵 군축 흐름을 주도하면서 그 속에 러시아와 중국, 북한을 차례대로 편입시키려는 것으로 보이는데, 러시아와 중국이 어떻게 대응할지에 따라 북미 대화의 향방도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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