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정부=뉴스1) 양희문 기자 = "교외선 개통 소식에 달려왔습니다. 오랜만에 무궁화호를 타니 옛날 생각이 납니다."
'교외선' 재개통 첫날인 11일 오전 경기 의정부역은 이른 아침부터 고양행(대곡역) 무궁화호 열차를 타려는 이용객들로 북적였다. 의정부역과 대곡역을 잇는 교외선이 21년 만에 다시 운행하면서 이를 기념하고 축하하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역을 찾은 시민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레트로' 느낌이 물씬 풍기는 무궁화호 열차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겼다.
무궁화호 열차를 한참 응시하던 한 중년 남성은 "과거 고양에 사는 애인을 만나기 위해 교외선을 수없이 탔다"며 청춘 시절을 회상했다.

오전 6시께 출발을 알리는 기관사의 안내방송과 함께 의정부역을 떠난 첫차는 송추, 장흥, 일영, 원릉역을 지나 대곡역으로 향했다.
전국 각지에서 온 철도동호회원들은 마이크 등 장비를 동원해 '철커덩'하는 열차의 세세한 소리를 포함한 교외선 운행 재개의 모든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관광객들은 열차가 정거장에 정차할 때마다 우르르 내려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곤 재빠르게 다시 올라탔다.
이날 의정부발 대곡행 첫차는 승차권이 매진돼 이를 미리 구하지 못한 시민들은 열차 안 승무원에게서 표를 구매했다.

강원 춘천에서 왔다는 이대수 씨(52)는 "옛것이 점점 사라지는데, 역사가 있는 교외선이 다시 개통했단 소식을 듣고 개통 날에 맞춰 달려왔다"고 말했다.
교외선은 그간 동과 서를 잇는 마땅한 대중교통 수단이 없었던 경기 북부 주민에게 새로운 대안 수단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의정부에서 고양으로 출근한다는 A 씨(41)는 "운전하기 어려운 날씨에도 대안이 없어 차를 끌고 출근한 적이 많았다"며 "오늘 교외선을 타보니 앞으로 이 열차를 자주 이용해도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 1961년 개통한 교외선은 고양과 양주, 의정부를 잇는 경기 북부의 핵심적인 동서 철도 교통수단 중 하나였다. 그러나 서울외곽순환도로 개통 등 도로 교통이 발달하고 수도권 광역전철 도입으로 이용객이 감소하면서 교외선은 2004년 4월 운행이 중단됐었다.

그러자 지역 주민들은 '동서를 연결하는 마땅한 대중교통 수단이 없다'며 교외선 재개통을 요구해 왔다. 이런 가운데 교외선은 2021년 10월부터 약 38개월간 국가철도공단 등의 시설물 개보수 및 선로 점검을 거쳐 이날 재개통했다. 사업비는 497억 원이 투입됐다.
교외선은 대곡, 원릉, 일영, 장흥, 송추, 의정부역 등 6곳에 정차하며 하루 8회 왕복 운행한다. 대곡에서 의정부까지 이동하는 데는 약 50분이 소요된다. 대곡역에선 작년 말 개통한 GTX-A(운정~서울) 환승도 가능하다.
교외선 전 구간 기본요금은 2600원이며, 오는 31일까지 전 구간 운임 1000원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윤진환 국토교통부 철도국장은 "교외선 운행 재개는 우리 철도가 다시 살아 움직이게 된 매우 뜻깊은 개통"이라며 "많은 이용객이 교외선을 이용해 옛날 기차여행 향수를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yhm9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