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성=뉴스1) 신성훈 기자 = 지난 22일 오전 경북 의성군 안평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6~7개 읍면 단위로 확산하면서 23일 현재 의성군 전체가 산불 영향지역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날 의성 산불 피해지역으로 가는 길은 연기가 자욱해 태양도 잘 보이지 않았으며, 취재 차량 내부로도 매캐한 연기가 들어와 마스크를 끼지 않고는 숨쉬기도 곤란했다.

안평면으로 들어가는 도로 옆으로 지난밤 다 타지 못한 잔불들이 곳곳에 흩어져있었으며, 시커먼 재들을 뒤집어 보면 숯이 된 잔불들이 벌겋게 일어났다.
안평면을 지나 안계면, 점곡면으로 들어서면 360도 불타는 산을 볼 수 있었고 그곳을 지나 의성읍으로 들어섰을 때는 도시 전체가 연기에 뒤덮여 시야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의성군민 운동장과 의성체육관에 도착했을 때는 자원봉사자들의 식사 준비와 구호 물품 상·하차가 한창이었으며, 의성군민 운동장에는 소방차 50여대와 진화 헬기 8대가 쉴 새 없이 번갈아 가며 이착륙과 재정비를 하고 있었다.
의성체육관에 들어섰을 때 임시대피 텐트와 밤늦게 요양병원에서 대피한 어르신들이 빼곡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이곳 대피소에는 산불 피해자들과 자원봉사자 등 500여명이 빼곡하게 들어앉아 구호 물품을 나누고 식사를 챙겨주고 받으며 분주했다.

요양병원에서 대피한 90대 A 할머니는 "90년 넘게 살면서 이런 불지옥은 처음 본다"며 "밤에 하늘이 붉게 물들어 있는 게 너무 무서웠다"고 말했다.
의성읍 산 아래 집이 있어 대피하게 된 15살 B 양은 "너무 갑작스레 불이 번져 몸만 빠져나왔다"며 "내일 학교도 가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걱정했다.

또 인근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60대 C 씨는 "집은 불에 탔지만, 다행히 소방대원들 덕분에 축사에 있는 소들을 살렸다"면서 "TV에서나 보던 이런 재난을 내가 겪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이들 대부분 야산과 인접한 지역에서 대피해 왔으며, 자기 집이 어떻게 됐는지 아직 모르는 어르신들도 많았다.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의성지역 산불 피해 가정 학생들이 60여명 정도 되는 것으로 지금 파악하고 있다"며 "평일 등교 여부와 지원 방안들을 회의해서 금일 오후 1시에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산불의 원인으로 지목된 실화한 성묘객에 대해서 의성군 관계자는 "아직은 산불의 진화가 더 중요해 의성군 공무원 대부분이 현장에 투입돼 사투를 벌이고 있다"며 "진화가 끝난 후 의성군 특별사법경찰관이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낮 12시 기준 산불 진화율은 다시 30%까지 상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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